2013.12.21. 토요일
오늘은 내 두번째 손자 은규가 태어난 지 100일.
12시에 은규의 친가 가족과 우리 가족이 모여 백일상을 차리는데
백일잔치가 끝나는대로 첫 손자 원준이 아빠는 이 달들어 세번째
해외출장을 떠난다니 괜히 마음이 바쁘다.
아침 일찍 양재천에서 런닝을 끝낸 다음,
아침을 먹고는 까르보네에서 색소폰 연습까지 마쳤다.
이제 땀흘린 몸을 씻은 후, 옷을 차려입고 은규네에 가면 된는데
집에서 씻는 것 보다 샤워를 하늠 게 나을 것 같아 헬스장으로.
헬스장에 왔는데, 샤워만 하기에는 아무래도 좀 …
1시간을 달렸으니, 하체 근육을 좀 풀겸 '토탈힙머신'을 30kg 중량으로
백킥과 인사이드킥을 마치고, 아웃사이드를 하는데 그만
다리가 빠지면서 쾅∼ 소리와 함께 발목에 걸쳤던 부분이 여지없이 내 빰을 강타.
눈앞에 불이 번쩍 거리고 입술이 얼얼하더니 뭔가 끈적끈적한 게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입안에 피가 고였지만 운동하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 쳐다보고 있으니 창피하기도 하고….
얼른 거울앞에 가서 봤더니 입술도 터졌지만 입술옆은 피가 뚝뚝,제법 깊게 찢어졌다.
샤워는커녕 얼굴조차 씻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깜짝 놀라는 집사람의
도움을 받아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였는데도 피가 그치지 않고 뚝뚝 털어졌다.
딸과 사위들이 병원에 가보자고 하지만, 사돈 가족들이 도착할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할 수 없이 동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상처가 깊다며 꿰매야 한단다.
젊어 부지런함은 보기 좋지만, 나이 먹어 너무 부지런을 떨면 과욕처럼 보여
보기 싫다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 그러나 결국 7바늘이나 꿰맸다.
양가 가족들이 모두 모이고, 백일상을 차려 사진을 찍지만
훈장도 아닌 밴드를 붙이고 은규와 사진을 찍으려니 기분이 영….
눈앞에 맛나게 보이는 점심상이 차려졌지만 마취가 풀리기 시작하는
입이 아파서 식사는 물론 백일떡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오늘처럼 좋은 날, 내가 백일잔치 분위기를 떨어뜨리고 말았으니….
내일은 고향친구들의 부부모임 송년회가 있고,
모레 월요일엔 고교 동기들의 송년회가 있지만
상처가 곪을까 술을 마시면 안된고,
입술 부근을 꿰맸으니 색소폰 연습도 며칠은 못 할 것 닽다.
나이들어 진득하지 못하고 가볍게 나댄 댓가 치고는 좀 ….
하지만 기왕 엎질러진 물이다. 살짝 마음을 바꾸어 보았다.
사랑하는 내 손자, 은규의 앞날에 닥칠 모든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액땜일 수 있겠다 여기니, 액땜 잘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말 액땜이면 좋겠다.
'내 손주들-천아, 보송이, 다솜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우리 은규는… (0) | 2014.01.11 |
---|---|
토라진 내 손자 (0) | 2014.01.11 |
一日不見孫… (0) | 2013.11.26 |
은규의 50일 (0) | 2013.11.02 |
은규 출생, 그리고 한 달... (0) | 2013.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