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로를 따라 양재역에서 시민의 숲으로 가다보면 양재천이 나오고 큰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를 영동1교 라고 한다. 강남대로상의 이 다리 양쪽에는 넓은 인도가 있고 차도와 인도 사이에 경계석만 있었지만 작년 가을에 기존의 경계석을 헐어내고 새로운 공사를 했다. 새로운 경계석을 세우고 철제 펜스까지 설치하는 공사를 보면서 다리를 건너다니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고 차도와 인도가 엄청 넓어 기존 경계석만으로도 충분할텐데 왜 뜯어내고 새 공사를 할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얼마전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우연히 보게 된 경계석이 오돌도돌한게 곰보처럼 보여 처음에는 일부러 그렇게 시공한 줄 알았지만 주위에 회색 흙더미 같은게 널려 있어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 운동하면서 확인을 했더니 역시 엉터리 공사의 결과였다. 다리 양쪽의 경계석 전체에 덮어 바른 바깥 시멘트는 부스러기가 되어 다 떨어졌고, 자갈 등 속살의 자갈은 손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뚝뚝 떨어졌다.
사막에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을 짓고, 산을 뚫고 산간다리를 어렵잖게 세우는 기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건설업체라면 都心의 평지 다리에 설치하는 경계석공사 정도는 누워 떡먹기보다 더 쉬울텐데 시공을 끝낸지 몇 달도 안되어 몽땅 허물어진다는 것은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내실이야 어떠하던지 나 몰라라 하고 겉만 번지레하게 하는 시공자의 마음가짐이 문제가 아닐까? 이렇게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공사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부실공사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수 없는 시공자와 시행사의 유착, 부실공사의 폐해가 직접 나에게 미치지 않음으로 인한 安易함. 그리고 큰 사고가 아닌 왠만한 부실에는 관대해지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소한 부실공사로 재미를 본 건설업자는 반드시 대형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이런 부실이 公共工事에서 발생한다면 결국 내가 낸 세금이 허비되었고 또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하는데 어찌 나와 상관없다 할 수 있으랴. 또 이런 부실업체가 훗날은 내가 개인적으로 필요한 공사에 시공자가 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도 없지 않은가?
우리 나라에서는 1994년에는 성수대교가 무너져 32명이 사망하고, 1995년에는 삼풍백화점이 붕괴되면서 502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참사가 연이어 있었는데 이 모두가 부실공사가 주 원인이었다. 며칠전 인천 청라지구에 58층의 초고층 아파트가 완공되어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입주할 분양자들은 아파트의 중요부분에 철근이 당초설계도의 절반밖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부실공사라 하고 시공사는 누락된 철근이 철근 총량의 0.2%밖에 안되니 안전하다고 주장한다는 뉴스가 방송되었다. 참 웃기는 내용이다. 아파트라야 십수층이 주류이고 기껏 높아야 30층 미만이어서 불과 몇해전까지만 해도 63빌딩이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우리나라에서 58층의 아파트라면 엄청 높은 건물이다. 이정도 높이의 건물이라면 당연히 태풍이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건물 중간층에 6m 높이의 띠모양 구조물을 설치하는데 이를 빌트-웰(belt-well)이라 한단다. 여기에 64가닥의 철근을 넣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는데 절반인 32가닥만 들어갔다는 것이다. 시공사에서도 철근이 절반인 32가닥만 쓰였음을 인정하면서도 안전에는 이상이 없단다. 쓰여지지 않은 철근 32가닥은 건물에 쓰인 총 철근량의 0.2%밖에 안된다는 괘변만 늘어 놓고, 그렇다면 벨트-웰은 왜 필요하고, 설계에는 왜 64개의 철근이 필요하다고 했는지는 설명 못하고... 시공사에서 아무리 안전하더고 큰소리쳐도 150m 높이 아파트의 중간쯤 설치되어 태풍이나 지진을 버텨야 할 특수구조물이 벨트-웰인데, 이 벨트-웰이 다른층과 똑 같은 강도로 만들어져 제역할을 못할지 모른다는 인식이 박힌 입주민들이 매미 또는 볼라벤정도의 태풍이 부는 날이도 집에 들어가 잠을 잘 수 있을까? 이런 부실공사가 알려졌으니 아파트의 가격은 또 어떨까? 만약, 만에 하나 태풍이나 지진을 견디지 못하고 아파트의 중간쯤이 부러진다면...
부실공사는 또 부실공사로 이어진다. 부실의 크기와 관계없이 몽땅 허물고 새로히 짓게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공사한게 아까워, 들어간 자재가 아까워서 허물지 못하고 보강하는 정도로 끝나게 할 게 아니라 시공사의 책임으로 아예 처음부터 다시 공사토록해 한 번의 부실공사에 社運이 걸리고, 부실공사의 결말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스스로 느끼게 해야 하지 않을까? 영동1교가 부실공사로 덕지덕지 지저분해진 경계석이 산뜻한 모습으로 재시공되기를 바라며 그리고 청라지구의 고층아파트도 입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큰 어려움이야 있겠지만 몽땅 허물고 새로 짓는 재공사 명령이 내려지기를... 그리하여 이번이야 말로 우리나라 건설업계에 부실공사의 말로가 어떠한지 알려주는 경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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