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다 못해 덥게 느껴지는 날씨다.
원준이와 함께 가든파이브에 있는 코코몽 놀이터에 가기로 한 날.
이른아침 집에 온 원준이에게 아침을 먹이고 집을 나선다. 너무 일찍 나선 모양이다.
놀이터 open 시간이 10시30분이라 한참을 기다리다 들어가니 첫 손님이다.
썰렁한 놀이터지만 제 세상을 만난듯이 이곳 저곳을 맘껏 뛰어 다니는 원준이가 너무 사랑스럽다.
금방 엄마 아빠를 따라 온 아이들로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따라 다니며 같이 놀아주고, 장남감을 태워주고... 때로는 힘들기도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크는 원준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믿고 씩씩하게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기만해도 저절로 피로는 사라지고, 새 힘이 솟는다.
원준이는 30분마다 운행하는 기차를 세번이나 타고도 더 타고 싶다고 노래를 한다.
배 고프다는 원준이를 데리고 간 놀이터내 푸드코트에는 식사하는 엄마들과
커피 마시며 책 읽는 엄마들로 가득차 조용히 앉아 먹을 자리가 없다.
어린이 돈까스를 맛나게 먹은 원준이는 코코몽 친구들과 춤추고 놀이터를 나서지만
너무 아쉬운가 보다. 다음에는 꼭 할머니까지 같이 오잔다.
얼마나 피곤 했을까, 집에 돌아오면서 꾸벅거리는 원준이를 재우고 나도 좀 쉰다.
낮잠에서 일어난 원준이에게는 이제 집이 놀이터다.
이렇게 원준이와 놀다보니 벌써 시간이 다 됐다.
얼른 집사람에게 원준이를 맡기고...
신사역 인근의 JS강남웨딩 문화원에 도착하니 오후 6시30분.
우리 고향 초등학교의 재경 총동창회 창립총회가 있다는 날이다.
1924년에 개교한 우리고향 경북 청도군 매전면 온막리에있는 매전초등학교가
전교생이 서른명이 못되어 2012년 3월 1일, 88년만에 폐교되어 십리 떨어진 面소재지의
동산초등학교와 합쳐졌다. 동산초등은 매전초등에서 떨어져 나가 역사도 훨씬 짧은데...
고향 집에서 200여미터 떨어져 있으며 막내고모가 27회, 형님이 34회, 누나가 37회, 내가 39회
여동생이 41회, 막내여동생이 45회 이렇게 온 식구가 졸업한 학교이고
내 어린시절 모든 추억의 산실인데... 마침내 개교 88년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격세지감 내 어릴때, 전교생이 600명을 넘어 교실이 부족해 야단일 때도 있었는데
오늘날 우리나라 농촌이 다 그러하듯 우리고향에도 노인들만 살고 젊은이가 별로 없다.
고향 매전면에 4개였던 초등학교가 하나로 합쳐졌는데도 전교생이 51명이란다.
더 걱정인건 최근에는 신생아 출산이 한명도 없는 해가 많다니 하나밖에 없는
통합 동산초등학교도 언제 없어질지... 또 1971년 개교한 우리고향의 중학교도
전교생이 27명이라니 앞날을 알 수 없다. 폐교가 능사는 아닌데...
이렇게 학생수가 적다고 그때마다 폐교한다면 시골마을에 살아 남을 학교는 없을테고
학교마저 없어진다면 고향으로 귀농을 꿈꾸던 젊은이들이 꿈을 접을 것은 물론이고
이제 몇 남지 않은 고향의 고마운 젊은이들조차 자녀 교육땜에 고향을 떠날텐데...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다 우리고향이 아예 없어지는 게 아닐런지 걱정이다.
일제 강정기인 1924년 우리의 선조들께서 십시일반 땅을 기부하고 힘을 모아 세운
우리모교의 폐교를 아쉬워하던 40대 후배들이 작년 총동창회를 창립하더니
부산경남 지역 동창회 창립에 이어 재경 총동창회를 창립하는 것이다.
80이 넘으신 선배님도 오시고, 나이 어린 30대의 후배들도 모이고...
대구에서도 오고, 부산에서도 오고... 우리 동기도 일곱이나 모였다.
열정 넘친 후배들이 빈틈없이 준비하더니 진행도 매우 깔끔하다.
젊고 행복한 농촌, 절은이들이 모여드는 농촌이 되어
오늘 모인 동문들 뿐만아니라 4,000여명 동창들이
바라는 再 開校가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선후배들이 모여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는
여흥시간까지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10시다. 토요일은 이렇게 보내고...
오늘 일요일은 고등학교 동기생들과 산행하는 날이다.
관악산과 북한산을 매달 번갈아 등산하는데 3월의 산행은 관악산이다.
늘 그랬듯 오늘도 낙성대역에서 만나 산을 오르고 연주암 관악사지를 커쳐 서울대쪽으로
내려 오는 코스다, 이번 산행에는 평소보다 적은 7명이 모여 그런지 잰걸음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자주가는 코스라 크게 힘들지 않고, 어제에 비해 많이 쌀쌀한 바람이 많이 불지만 영상의 봄날씨라
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한 관악산이라
등산질서와 환경보호가 참 잘되고 있던데 오늘 등산길엔 참으로 볼성싸나운 모습이 보인다
어떤 몰지각한 사람이 그랬는지 모르지만 큰 절벽 바위에 붉은 페인트로 "그리스도와
부처님이..."라고 쓴 낙서다. 그렇게 많은 글씨를 쓰자면 여간 힘들지 않았을텐데...
좋은 산에 와서 저렇게 몹쓸 짓을 하다니, 한심한 사람이다.
서울대쪽 계곡에는 졸졸졸 봄소리가 들으니 금방 새싹이 돋고 꽃이 필 것 같다.
하산을 마친 친구들과 새마을 식당에서 소맥을 곁들여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돌아 온 집에서는 종일 할아버지를 못 봐 속 상했다는 원준이가 반갑게 포옹하고
뽀미가 꼬리 흔들며 나를 반기니 행복한 날들의 연속이다.
(코코몽 놀이터에서 신이 난 우리 원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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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에서 후배의 댄스 시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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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중턱의 흉칙한 낙서)
(관악산의 봄소리)
(관악산의 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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