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6. 수요일
배에서 맞는 마지막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마지막 날의 일출도 기대에 못 미쳤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이 아쉬움을 말끔히 날려 주었다.
층별로 하선하는 시간이 정해진 덕분에 승선 때와는 달리 아주 여유롭게 배에서 나와 터미널로 들어섰더니 첫날 우리들의 멀라이언 공원 관광 등을 안내했던 가이드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전 중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센토사 섬을 관광한 후 점심을 먹는단다.
그러고는 곧장 공항으로 가서 출국수속을 할 거란다.
케이블카를 타고 센토사 섬에 올랐다.
더러 눈에 익은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10여 년 전에 다녀갔던 곳이었다.
멀라이언 타워에서 내려다보이는 싱가포르는 너무너무 깨끗하고 평화로웠다.
이곳 부근 어디에선가 작년 6월 12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 간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생각하니 한층 더 감격스러웠다. 싱가포르의 평화로운 모습이 그들의 가슴에도 그대로 담겨 갔으면 좋겠다 싶었다. 저런 평화로움을 보면서 핵무기의 개발이 얼마나 죄스러운 일인지 느끼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싶었다.
돌아오는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이는 발전된 싱가포르의 모습에서 다시 한 번 더 국가발전에 미치는 국가지도자의 역량과 지도력과 생각하면서 갈피를 못 잡는 지금의 우리나라에도 지도자의 덕목을 제대로 갖춘, 아니 잘 갖추신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 손주들 세대에서는 모두가 아무런 갈등도 걱정도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평소의 내 소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간절히 빌었다.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속.
가이드는 싱가포르의 집값, 승용차 값 등 엄청난 물가와 생활, 싱가포르에서의 한국인과 한국법인의 위상을 들려주었다. 싱가포르인들은 한국인을 꽤 많이 좋아한단다. 한국의 건설사 특히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와 창이국제공항뿐 아니라 자신들은 불가능하다고 여긴 여러 공사들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덕에 한국과 한국인을 더 좋아한단다.
···························
드디어 우리를 실은 비행기가 싱가포르 상공으로 솟았다.
올 때나 갈 때나 내 손주들은 기내식 먹는 모습과 만화영화를 보다 잠드는 모습이 여간 사랑스럽지 않았다.
코타키나발루를 여행했던 두 해 전만 해도 요놈들이 얼마나 애를 먹이던지 엄마 아빠가 돌보느라 꽤나 힘들어 했는데…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는 잠들었던 은규가 의자에서 떨어져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었는데…
정말 많이 컸다 싶었다.
이만하면 다 키웠다 싶었다.
잠든 모습은 더 사랑스러웠다.
나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2010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 윤정희 주연의 영화 ‘詩(Poetry)’였다.
줄거리는 이랬다.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낡은 서민 아파트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윤정희 扮). 그녀는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까지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엉뚱한 캐릭터다. 어느 날 미자는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詩' 강좌를 수강하게 되며 난생 처음으로 詩를 쓰게 된다. 시상을 찾기 위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아 소녀처럼 설렌다. 그러나 그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고는 한 편의 詩만을 남기고 사라지는데…
영화를 다 보고났더니 마음이 짠했다.
객지에 나간 딸의 중학생 아들 즉 외손자와 함께 살면서 중풍에 걸린 돈 많은 노인을 수시로 돌보는 일 등으로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한마디의 칭찬을 떠올리곤 동네 문화원의 ‘詩 강좌’에 등록한 주인공 미자. 그녀가 한 편의 詩를 쓰기 위해 한 그루의 나무,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등 자연과 교감하고, 日常의 하나하나조차 남달리 해석하며 詩想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여러 해째 서초문화원의 ‘心象문학’에서 詩를 공부하고 있는 내게는 큰 의미로 다가오는 영화였다.
비록 영화였지만 한 줄의 詩語, 하나의 詩想, 남다른 表現과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무언가가 떠오를 때마다, 새로움을 볼 때마다 메모하고, 한 편의 詩를 창작하기 위래 숱한 날들을 고뇌 속에 보내며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깨달았다.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대로 또는 생각나는 대로 후다닥 써버리곤 詩를 창작한 양 했던 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고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를… 그러곤 잎으로는 나도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詩를 쓰리라 다짐도 했다.
························
························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창밖 멀리서 반짝거리는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할 때 곧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외손주들까지 다 함께한 ‘우리 가족 동남아 3개국 5박 6일 크루즈여행’의 여운은 내 머리를 맴돌며 가슴을 행복감으로 가득 채웠다. 그런데 어쩔꼬? 이번 여행을 통해 몇 편의 詩를 쓰리라 마음먹고 큰 기대를 가졌던 내 詩想의 가슴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으니…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금방,
“문학은 병들거나 가난하거나 외로운 사람이 해야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등
문학 입문자들이 주로 보는 어떤 책에서 읽었던 구절들이 떠올랐다. 그러자 나는 이번 여행에서 단 한 편의 詩도 건지지 못하는 것을 평소라면 부족한 글재주 탓이리라 여기겠지만 이번엔 아니다 싶었다. 이번의 경우에는 글재주가 부족해서 라기보다는 9명의 온가족이 함께했던 크루즈여행이 단 한 편의 詩도 쓸 수 없을 만큼 너무 즐겁고 너무 행복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우리 가족 모두의 올 한해 내내 활력소가 될 정말 멋지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크루즈 마지막 날의 日出
새벽마다 大洋에서의 웅장한 해돋이를 기대했건만
오늘도 여전히 기대에는…
우리나라 동해안의 일출은 이처럼 장엄하던데…
크루즈船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먹는 사이 배는 서서히 싱가포르항에 접안하고…
크루즈船 보이저號와 하직인사도 할 겸 은규는…
下船을 기다리며…
Bye-bye 보이저!
싱가포르에서 다시 관광버스를 타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싱가포르 대표 가로수 레인 트리(Rain Tree)의 멋진 모습
케이블카를 타고 센토사 섬으로…
멀라이언像 입 안에서
행운의 금빛 기념동전으로 행복을 구하다.
멀라이언像 머리 위에서 바라 본 싱가포르港
-케이블카에 내려다 본 싱가포르-
1965년 독립 전까지만 하더라도 버려지다시피했던 불모지 땅이었다는 싱가포르.
현재 692.7km인 국토 전체 면적의 1/3이 매립지라니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가.
국토를 넓히기 위해 말레이지아 등 인근 국가로부터 흙을 수입해 바다를 매립해 만들어진 땅에
수 많은 나무와 풀을 심어 땅속의 염분을 빼내어 사람이 살 수 있는 토지로 개발했단다.
2018년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61,000불인 경제강국,
1인당 국민소득 세계 8위의 나라가 되었단다.
거의 일주일만에 먹는 韓食,
쑹쑹 썰은 김치랑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를 많은 넣은 김치찌개라 더 입맛을 돋우었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서 출국을 기다리며
창이국제공항 內 나비공원에서
우리를 실은 비행기는 이렇게 싱가포르 상공에 오르더니…
바람보다 빠르게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인천국제공항 도착
···················
공항을 걸어나오면서 손주들이랑 이야기를 나눴다.
"세은아! 크루즈여행 좋았어?"
"네, 좋았어요 할아버지."
"얼마나?"
"하늘만큼 땅만큼"
"은규야! 은규는 얼마나 좋았어?"
"Perfect."
100점이란다.
"정원준! 원준이는 이번 여행이 100점 만점에 몇 점이야?"
한참 생각하던 원준이의 입에서 나온 점수는
'98'
"왜, 98점이야?"
"슬라이딩이 없어서 마이너스 1점,
그리고 짚라인이 없어서 마이너스 1점"
"슬라이딩은 뭐고, 짚라인은 뭐야?"
"슬라이딩은 수영장 물미끄럼틀이고
짚라인은 밧줄 타고 내려오는 스포츠예요."
잠시 후
이젠 원준이가 내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몇 점이예요?"
"나도 98점"
"어, 나랑 똑같네, 왜요?"
"밤하늘에 별이 엄청 많을 줄 알았는데 많이 안 보여서 마이너스 1점,
그리고 해 뜨는게 엄청 찬란할 줄 알았는데 안 그래서 마이너스 1점"
하지만
이번 크루즈여행에 대한 내 진짜 점수는
100점이 만점이지만
세은 100점+ 은규 100점+원준 98점 해서
298점!
이번 여행이 얼마나 좋았길래…
은규네는 내년 5월 초에 갈
세 번째의 크루즈를 벌써 예약했단다.
'우리 가족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가족의 피서 (0) | 2019.08.12 |
---|---|
엄마의 선물 (0) | 2019.04.19 |
우리 가족의 동남아 3개국 크루즈여행(5) (0) | 2019.02.14 |
우리 가족의 동남아 3개국 크루즈여행(4) (0) | 2019.02.12 |
우리가족의 동남아 3개국 크루즈여행(3) (0) | 2019.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