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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 여행, 등산...

무술년의 이륙산악회 시산제

2018. 3. 11. 일요일

오전 10시가 가까워질 무렵

등산 배낭을 둘러멘 친구들이 지하철 2호선의 낙성대역 만남의 장소로 한 명씩 한 명씩 모여들었다.

친구들이 도착할 때마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영문 친구는 집에서 끓여 온 두 가지의 커피로 반갑게 맞았다.

집결 시간 10시가 채 되기도 전에 참석을 약속했던 13명의 친구들이 다 모이자 조금은 이르게 출발∼.

그런데 친구들 모두의 등에 매달린 배낭이 평소의 산행 때보다 조금은 더 불∼룩해 보인다.

그렇다.

오늘은 우리 이륙산악회에서 우리 산악회의 主山인 관악산에서 始山祭를 올리기로 한 날.

귀동대장의 간곡한 엄명(?)을 받든 친구들의 배낭 속엔는 始山祭에 쓰일 제물 한두 가지씩은 들어있을 터.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이었건만 2월이 지나고 3월에 접어들자 언제 추웠냐는 듯이 풀린다 싶었던 날씨지만 경칩이 지났을 뿐인데도 오늘은 벌써 얼마나 포근하고 상큼하던지 진달래 같은 봄꽃만 보이지 않았을 뿐 완전한 봄날이었다.

얼마 오르지 못해 친구들은 아직은 겨울산이다 싶어 두툼하게 입었던 겉옷을 허물 벗듯 하나씩 벗고 있었다.  

주말이라 그럴까?

포근한 날씨가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을까?  

관악산으로 오르는 길은 곳곳마다 등산객들로 산길이 메워졌으니 인산인해가 따로 없었다.

친구들의 근황을 주고 받고, 또 요즘 온 나라를 발칵 뒤집고 있는 '미투운동'이랑,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북미 정상회담을 전망하는 등 온갖 세상사를 나누며 오르는 관악산 등정은 봄기운으로 가슴을 채우는 행복한 산행이었다. 

하마바위를 지나 등산로 옆 헬기장에 이르자 그곳에서 시산제를 지내자는 한 친구의 제안에 대부분 OK.

하지만 현수막을 내다걸기에 마땅찮고, 적잖은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오가는 장소라며 좀더 조용한 곳을 찾아보자는 다른 친구의 의견이에 따라 여러 친구들이 여기저기 주변을 뒤지던 차에 종성친구가 아주 멋진 장소를 발견했다.

한쪽은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어 현수막을 걸기에 좋고, 바위 밑부분은 조금 경사지긴 했지만 제물을 차릴 수 있겠는데다 그 앞은 열대여섯명까지는 충분히 앉을 수 있는 평평한 평지였으니 시산제 장소로 안성맞춤이었다.

현수막을 내다 걸고

친구들이 저마다 준비해 온 제물들을 배낭에서 꺼내 상을 차리자 멋진 祭壇이었다.

자연석 제단엔 돼지머리고기 편육, 마른 북어, 시루떡, 고사리 등 삼색나물, 밤, 대추, 배, 사과, 곶감, 바나나 같은 갖가지 과일에 맛난 빵과 적하수오酒, 오디酒, 야관문酒, 막걸리 등 무려 네 종류의 술이 올랐으니 정말 거한 제상이었다.

직전 산악대장 홍희친구의 사회로 시작된 산신제.

먼저 약식의 국민의례에 이어 동효친구의 산악인의 선서…

강신, 참신에 이어 귀동 대장이 초헌 제례를 마치자 풍규 부대장이 讀祝을 했다.

길다란 두루마리 한지를 펼치곤 '유∼세차…"로 시작한 시산제 축문, 산신령님께 우리 회원들의 안전한 산행과 건강하고 진솔한 삶을 축원하는 내용도 좋았지만 종성친구의 정성이 듬뿍 담긴 글씨 한 자 한 자는 소문난 명필 그대로였다.

올 11월 초 출발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 이륙산악회 회원들의 베트남 판시판山 트랭킹의 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석진친구가 해외 산행의 성공을 비는 아헌 제례와 直前 산악대장 홍희친구가 종헌 제례를 올리고는 한 명씩 헌작을 올리면서 올 한해의 무사 산행을 빌면서 시산제는 끝이 났다.

제단에 올랐던 갖가지 제물을 조금씩 떼다 고수레를 한 다음 음복시간…

산행 도중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고 하산해서야 술을 마시는 이륙산악회원들이지만 시산제 때만은 예외다.

최근 자연공원법 시행령 일부가 개정됨에 따라 3월 13일부터 군립, 도립, 국립공원에서는 술을 마시는 행위가 금지되는데, 위반시 처음엔 5만원의 과태료, 2차부터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지만 다행히 오늘은 3월 11일…

그러니 음복주를 마시는 시산제는 이번이 마지막인 셈이다.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준비해온 제물음식 하나 하나 모두가 얼마나 맛나던지…

이 제물들을 안주로 삼아 마신 음복주로 내가 가져갔던 막걸리 5통이 눈깜짝할 사이 사라지고,  태호친구가 준비해 온 적하수오酒와 오디酒랑 풍규친구가 마련한 야관문酒도 오래가지 못해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으니 아마 산신령님께서도 우리가 조금 전에 올린 정성과 제물의 맛에 감읍하셔서 우리의 축원을 그대로 다 들어주시지 않을까 싶었다.

제법 거나해진 몸짓, 발걸음으로 평소의 관악산 산행길을 완주하기엔 무리일 것 같아 하산을 시작했다.

느릿한 발걸음이 더 어울릴 만큼 여유로운 하산길.

한적한 코스를 따라 사당역 부근.

우리를 기다리는 음식점.

권커니 받거니…

주문한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우리 목구멍엔 술이 술술술…

잇달아 나오는 안주와 안주거리 세상사에 또 술술술…

즐겁고 행복한 이륙산악회의 무술년 시산제였다.

이륙산악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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