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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방심은 금물

2016. 3. 1. 화요일

기계식 주차타워에 주차된 차가 내려왔길래 운전석에 올랐다.

조금 후진을 하다가 핸들을 왼쪽으로 꺽고 조금 더 후진을 한 다음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전진 기어를 넣고 가는데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콰당"

차가 꼼짝을 안했다.

내 차를 타려고 기다리던 집사람이 놀라 달려왔다.

다른 차에 타고 있던 사위랑 딸, 손주들까지… 

차의 앞바퀴 하나가 얕은 턱을 넘어 붕 떠 있었다. 

주차장 출입구의 바닥이 도로보다 4,50cm 높았다. 내가 그것을 못 본 것이다.

주차타워에서 나와 충분히 후진을 한 다음 핸들을 틀어야 하는데, 

뒷쪽의 골목길에서 혹시 차가 나올까 신경을 썼을 뿐 앞의 방향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탓이다.

사위 둘이 힘을 모아 밀고 내가 후진을 시도해 보지만, 앞바퀴가 공회전만 할 뿐 여전히 꼼짝않고…. 

보험사를 통해 견인차를 불렀다.

아빠한테 안겨 구경하던 은규가 손가락으로 내 차를 가르키며 말한다.

"하부지 차가 빠졌네."

 

운전 면허를 딴 지 30여년이나 되었지만,

지금껏 가벼운 접촉사고 한번 없었음은 물론 과속 등으로 딱지 한 장 안 떼였는데, 또 이런 일이….

20여 년 전의 한 사건이 떠올랐다.

수원지점 차장으로 근무하던, 장롱 면허로 있다가 직접 운전한 지 오래되지 않았던 때였다. 

어느 주말에 거래처의 라운딩 초청을 받아 경기도 용인에 있는 신원CC로 차를 몰고 갔다.

클럽하우스에 골프백을 내려놓고 주차를 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갔으나 주차장엔 빈자리가 없었다.

한 바퀴를 도는데 딱 한 자리의 공간이 보였다.

웬 떡인가 싶어, 빈자리를 살짝 지나쳐 후진으로 차의 엉덩이를 들이대고 옆의 차와 정열을 맞추는데…

갑자기 덜컹하면서 차가 곤두박질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차는 계단의 중간쯤에 걸쳐져 있었다.

언덕을 깍아 만든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놓고 클럽하우스로 갈 때 보행자들이 이용하는 경사 45도쯤의

보행용 계단이었다. 내가 주차하기 위해 들어갔던 곳은 주차공간이 아니라 보행자의 길이었다.

차창을 내리고 주위의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다.

골프장에서 공사하던 포크레인이 와서 차를 위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얼마나 창피하던지….

내가 브레이크를 얼마나 꽉 밟고 있었던지 한동안 오른 다리가 아팠다.

그날의 골프 성적은 말할 것도 없고.  

 

견인차 기사가 애를 써주신 덕분에 탈없이 차를 꺼냈다.

감사인사를 드리자 아저씨는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이런 사고 자주 나요. 저도 여러번 출동했는 걸요."

딸은 내게 "액땜 잘했다."며 위로를 했지만, 사위들, 손주들 앞에서 체면을 다 깍아먹은 것 같았다.

그러나, 운전에는 작은 방심도 절대 안된다는 큰 교훈을 다시 한번 체득(體得)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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