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지방의회 구성과 1995년 민선 단체장 선출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
10여 년을 훨씬 지난 지금, 어느 정도 정착이 된 듯하다. 그러나 각 지방마다 시도 때도 없이 벌이는 과시용 축제와 행사, 또 너무 웅장하게 지어진 청사를 보거나 지자체 의원들의 비리 연류 등 부정적인 뉴스가 자주 들릴 땐 이런 데까지 왜 세금을 낭비해야 하나 하는 우려와 함께 기초 지자체의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에 동조하곤 했다.
하지만, 국립(國立), 도립(道立), 시립(市立), 군립(郡立), 구립(區立) 등 주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곳곳에 도서관, 또는 복지관이나 문화센터, 체육센터 등 공익 또는 편의시설을 세워 운영하느라 애쓰는 모습에서는 긍정적인 면을 보기도 한다.
중앙 정부 또는 시군구(市郡區) 등 지방자치 단체에서 설립한 공익 시설은 개인 또는 법인이 설립해 운영하는 사설(私設)의 시설보다 주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이유는 접근성 또는 환경이 좋은 탓도 있겠지만 이것 보다는 이용료가 저렴하기 때문일 것이고, 이용료가 사설에 비해 싼 이유는 사설(私設)의 목적은 수익성인데 반해 지자체의 시설은 수익보다 주민의 편익을 우선으로 하면서 불가피한 손실은 지자체에서 보전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내버스 공영제를 운영하는 서울시에서 시내버스 회사의 적자를 연간 몇 천억 원씩 보전하는 것처럼….
내가 사는 양재동에도 서초구에서 세우고, 관리하는 『언남문화체육센터』가 있고,
나는 이 곳의 헬스장에서 몇 년째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 헬스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설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친구의 말이 요즘 헬스장이 많이 생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헬스장 이용료가 月 3∼4만원 하는 곳이 적지 않단다. 물론 대부분이 月 6∼8만원이고, 6개월 1년 회원권을 팔아먹고 야반도주하는 헬스장도 없지 않다면서.
하긴 나도 가끔 전봇대에 붙어 있는 「1개월에 3만원」이라는 휘트니스 회원모집 전단지를 봤던 기억이 났다.
그러자 반포동에 사는 친구가 자기는 서초구 구립인 서초구민체육센터에서 헬스를 하는데 한 달 이용료가 5만원이라고 했다.
어랍쇼!
나는 내가 다니는 언남문화체육센터는 한 달에 6만6천원이던데….
눈 수술로 한 달이상을 쉬었던 집사람을 며칠 전에 재등록하면서 물었을 때 들었던 이용료가 월 6만6천이었다.
궁금증이 동했다. 집에 돌아와 인근 지자체의 구립 체육센터의 이용료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사실이 발견되었다.
지자체 |
명 칭 |
운영시간 |
이용료(成人,月) | |
강남구 |
강남구민체육관 |
평 |
06:00∼22:30 |
45,000원 |
토 |
06:00∼22:30 | |||
강남스포츠문화센터 |
평 |
06:00∼21:50 |
45,000원 | |
토 |
06:00∼18:00 | |||
송파구 |
송파체육문화회관 |
평 |
06:00∼22:00 |
55,000원 |
토 |
09:00∼16:30 | |||
동작구 |
동작구민체육센터 |
평 |
06:00∼22:00 |
49,500원 |
토 |
06:00∼18:00 | |||
흑석체육센터 |
평 |
06:00∼22:00 |
49,500원 | |
토 |
06:00∼18:00 | |||
용산구 |
용산구문화체육센터 |
평 |
06:00∼22:00 |
50,000원 |
토 |
06:00∼18:00 | |||
서초구 |
서초구민체육센터 |
평 |
06:00∼22:50 |
50,000원 |
토 |
06:00∼21:50 | |||
언남문화체육센터 |
평 |
06:00∼21:50 |
66,000원 | |
토 |
10:00∼17:50 |
* 서초구 구립 문화체육센터 비교표 |
|
명 칭 |
운영시간 |
이용료(成人,月) |
위탁기관 | |
서초구민체육센터 |
평 |
06:00∼22:50 |
50,000원 |
서초YMCA |
토 |
06:00∼21:50 | |||
언남문화체육센터 |
평 |
06:00∼21:50 |
66,000원 |
한국문화스포츠진흥원 |
토 |
10:00∼17:50 |
친구가 다니고 있는 서초구민체육센터와 내가 다니고 있는 언남문화체육센터는 둘 다 같은 서초구에서 설립해 관리하는 구립(區立)이고, 둘 다 외부기관에 위탁해서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月 이용료와 운영시간이 달랐다.
月 이용료는 서초구민체육센터에 비해 언남문화체육센터가 무려 32%(일만육천원)나 비쌌다. 반면에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이용료가 싼 서초구민체육센터가 평일은 1시간, 토요일은 8시간이나 더 많았다.
참 희한하다. 비용은 적고 이용시간은 많고, 반면 비용은 많고 이용시간은 적다니.
관리자는 같은 서초구이고, 이용자는 똑같은 서초구민인데, 세상에 이런 차별을… .
재정자립도가 지방자치단체 중 최고 수준인 서초구인데 왜 이런 차별 정책을 쓰는 걸까?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구청장은 알고 있을까?
서초구민체육센터를 이용하는 주민들과 언남문화센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혼자서 먼저 양쪽 이용자의 동일성부터 찾아 본다.
(1) 양쪽의 이용자 대다수는 서초구에 사는 서초구 구민일 것이고,
(2) 양쪽 이용자 모두 주민세, 재산세 등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 다른 점은 무었일까?
(1) 반포동에 위치한 서초구민체육센터의 이용자는 주로 반포동, 방배동의 주민으로 대부분이 십억 원은 훌쩍 넘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을 것이지만, 양재동에 위치한 언남문화센터 이용자는 주로 양재동 및 인근에서 사는 사람으로 대부분이 반포 아파트 값의 1/3, 1/4 정도밖에 안되는 빌라에 거주하는 주민일텐데….
(2) 지난 대통령 선거와 총선은 물론 각종 선기 時 여당세가 높은 강남 3구 중 하나인 서초구의 전체 여당득표율은 물론 반포동, 서초동, 방배동은 여당득표율이 높았던 반면, 서초구 안에서 유독 양재동만이 야당세가 더 강했다고 하던데….
이도 저도 아니면 무엇일까?
서초구청에서는 양재동 주민을 호구(虎口)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언남문화센터 이용자, 아니 양재동 주민들은 이런 차별을 알고나 있을까?
양재동 주민들이 이런 차별을 알게 된다면 어떤 심정일까?
이런 차별대우를 받고 있음에 기분이 나쁘지만,
한편으로는 헬스비뿐 아니라 수영장, 문화교실 등 모든 이용료를 부자들 보다 더 많이 받는 이유가 더 궁금해진다.
서초구청장께 한번 물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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