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5. (토요일)
재경 동문회에서 주관하는 청계산 산행일.
시간에 맞춰 집합장소인 옛골의 청계가든에 도착했더니 많은 동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우리 동기들은 나를 포함해 9명이 참석했다. 대선배님을 비롯해 선배들도 더러 있긴 했지만, 대다수가 후배들인 걸 보니 우리 기수도 어느덧 상당한 고참이 되어 있었다.
참석자 모두에게 등산모자 등 기념품과 함께 막걸리, 생수, 과일 등을 나누어 준 다음, 산행이 시작되었다.
조금은 쌀쌀한 아침날씨였지만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금방 속옷이 축축해졌다.
그러나 친구들과, 동문들과 함께 한 즐거운 산행이라 그런지 힘들지는 않았다.
매봉 중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모습.
구름이 별로 없는 하늘이 새파란 걸 보니, 하늘은 가을하늘인데…,
멀리 보이는 서울의 지평선은 까만 띠를 두르고 있었다.
'언제면 서울 하늘에 저런 스모그가 생기지 않을까?'
서울 하늘에서 스모그가 영영 사라지길 기원하며 산길을 걸었다.
산 중턱 여기저기에서 하얀 눈이 보였다.
아마 간밤엔 서울에도 올 첫눈이 내린 모양이었다.
회갑이 된 나이에도 첫눈에 마음이 설레다니….
아직 세상 덜 살았다고 낙담을 해야 하나?
아니면 아직 감성이 다 마르지는 않았다고 기뻐해야 하나?
매봉에 도착해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는 하산을 했다.
구불구불한 모습으로 하늘로 솟은 소나무 숲은 마치 어느 시골의 깊은 산속 같았고,
불과 한두 달 전만해도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무들은 어느새 잎사귀를 다 떨구었는지
벌거벗은채 동면을 준비하는 것 처럼 보였다, 새싹을 틔울 을미년 봄을 기다리면서….
하산길의 내 등뒤에서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등학교 저학년일 듯한 어린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아빠와 함께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아빠와 손잡고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내려오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우리가 자랄 때는 '아버지'란 존재는 늘 어렵기만 했는데…
아버지와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그래, 원준이와 은규가 좀 더 크면, 나도 그놈들 손잡고 이야기하면서 등산해야지…'
나를 볼 때마다 두 팔을 벌리고 달려드는 원준이와 은규가 자라서 내 손을 잡고 산에 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는 새 마을까지 다 내려왔다. 下山酒가 마련되어 있는 가든에서는 먼저 내려온 동문들이 벌써 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맛난 점심과 다른 기념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반나절이었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