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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한강의 자라

2014. 8. 16.

황금연휴의 둘째날인 토요일.

교황님께서 시복미사를 집전하는 광화문 광장에는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인 날이다.

양재천을 거쳐 한강변을 걸었다.

성수대교까지 갔다가 돌아 오는 길.

청담대교 아래

작은 솥뚜껑만한 자라 한 마리가

물가에 나와있었다.

 

내가 어릴 때는 고향의 저수지에서 수면으로 솟아오르는

솥뚜껑만한 자라를 수시로 볼 수 있었고, 

낙동강 지류인 동창천의 얕은 강물에서는

아장아장 걷는 자라새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고향에서도 통 볼 수가 없었는데,

서울에서 보다니, 그것도 서울 한복판의 한강에서….

왜, 물가로 나와 있을까? 

일광욕을 즐기기엔 아직 이른 시간인데….

혹시 25년만에 교황님이 오셨다니 물 밖 세상이 보고파서 일까?

아니면 용왕께 드릴 간(肝)을 가지러 간 토끼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런데, 목을 쭉∼

길게 빼들고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는 모습이

내 눈에는, 꼭  멀어져간 사랑을 기다리는 듯

조금은 애잔해 보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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