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3일 수요일
오늘은 음력으로 9월 19일이다.
59년 전 甲午年(1954년), 구월 열아흐레날
내 고향 예배당의 새벽종 소리가 울리고 조금(?) 있다가
내가 태어 났단다. 그때는 예배당 새벽종은 04시 30분에 쳤다니
나는 나의 生時를 5시에서 5시 30분쯤으로 여기고 있다.
사주팔자나를 볼 때, 생시를 寅시로 해야 할지 卯시로 해야 할지 헷갈리지만.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먹는 고기가 전쟁이 막 끝난 그때는 엄청 귀했다.
시골에서 소 한마리 또는 돼지 한 마리가 全 재산일 정도로…
그 시절 나를 낳은 엄마는 돼지고기가 그렇게 먹고 싶었단다.
그 어려운 시절, 가난한 농촌의 새댁에게 돼지고기가 가당치나 했을까?
우리 엄마는 돼지고기 먹을 생각은 꿈도 못 꾸었지만,
냄새라도 맡고 싶었다고 한다. 돼지고기 구울 때 나는 노린내를…
나를 낳고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한 엄마는 그 노린내를 맡고 싶어
부엌에서 밥솥에 불을 지피면서 당신의 머리카락을 태웠단다.
머리카락 탈 때 나는 노린내를, 돼지고기 타는 냄새로
여기면서 고기먹고 싶은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그렇게 엄마에게 슬픈 추억을 안기면서
태어난 내가 오늘 오십 아홉번째 생일을 맞았다.
고향에 계시는 엄마는 어제밤부터 전화를 걸어
집사람에게 내 생일상을 잘 차려 주라고 신신당부하고.
논현동 사모님은 싱싱하고 아름다운 꽃이 가득한 축하 화분을 보냈다.
내 생일과 집사람 생일을 잊지 않고 챙겨 주시는 사모님….
아침부터 스마트폰은 수시로 "까꿍까꿍" 소리를 낸다.
가족과 친척들로부터 생일축하 메세지 받기도 바쁜데,
내 정보가 얼마나 많이 유출됐는지 여기저기 알지도 못하는
이상한 사이트에서 생일축하 문자가 들어와 삭제하기 바빴다.
오늘 내 생일은 더 특별한 날이었다.
우리 은규가 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가족 생일이기에…
정원준이에 이어 송은규까지 내 생일을 축하 해주니
이 할아버지는 무엇이 부러울까? 부러운 게 없다.
다만,
나를 낳고 고생 많이 하신 엄마가 지금보다 더 건강하시길…,
집사람은 물론 보라 가족, 세라 가족 모두가 지금의 행복이 오래
오래 유지되고,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우리 원준이와 은규가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