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창작반 수업이 있는 화요일,7월16일.
서평을 기다리는 회원들의 작품이 많이 밀려있었지만
교수님의 꼼꼼한 지적과 평은 줄어들 줄 몰랐다.
시작한지 2년 되는 회원이 제출한 작품에서도
절반 정도를 필요없는 설명이라며 삭제토록 했다.
심지어 지난 번 등단한 회원의 작품에서는
3페이지 중 첫 페이지는 몽땅 지우는 게 더 깔끔하다고 했다.
서평받은 나의 작품은
남성들의 소변보는 자세와 관련한
「허물어지는 남여경계」였다.
내 글도 첫 9줄은 필요없는 부분이라며
삭제하고 10번째 줄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는 지적이 있었다.
결말부분도 좀 깔끔하지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다음 주 화요일은 친구들과 골프약속이 있고
7월 마지막 화요일(30일)은 휴강이니
나의 다음 수업은 8월 6일이 되니
그동안 작품을 좀 쓰야되는데...
처음에는 무턱대고 썼지만 갈수록 더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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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지는 남녀境界
이 석 도
(⑨ 초고, 2013.6.18, 퇴고, 2013.7.16)
한두 달 전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사무실 동료들과 식당으로 가던 도중 한 친구가 물었다.
“이 지점장, 넌 집에서 앉아서 오줌 누냐, 서서 오줌 누냐?”
나는 “당연히 서서 누지, 왜?” 그랬더니, 친구는 “나도 서서 누는데, 자존심 상하게 집사람이 자꾸 앉아서 누라고 하네, 오줌이 튀어서 화장실에 냄새가 많이 난다면서….”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집사람으로부터 그런 말을 몇 차례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겼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몇 일 전, 식당에서 식사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읽었던 신문에 그때 친구와 나눈 대화를 회상하게 하는 칼럼이 있었다.
유명 대학병원의 비뇨기과 교수가 쓴 글인데, 제목은 「남성들의 소변 자세 딜레마」였다. 내용은 좌변기의 등장 등 생활방식이 변했는데도 남자들이 소변보는 자세를 바꾸지 않아 위생상 문제가 많다면서 여성단체들까지 나서서 남자들도 앉아서 소변을 보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필자는 남성 비뇨기의 구조까지 설명하면서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해서 위생상 더 낫다고 할 수 없다는 반론을 펼치고 있었다.
다만, 소변의 마무리에 얼마나 신경을 쓰느냐에 달렸을 뿐, 조심하지 않고 앉아서 소변을 누다 보면 오히려 안장과 변기의 틈새로 더 많은 소변이 흘러 나와 옷을 적시거나 바닥을 더럽히기 십상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50대 이상의 남성들은 앉아서 소변을 보게 되면 괄약근의 긴장이 풀려 좀 더 수월하게 소변을 볼 수 있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공용 화장실의 소변기 앞에는 나란히 선 양쪽 발바닥 그림이 그려져 있고,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또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랍니다.’라는 글들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소변기 주위의 바닥은 늘 물기에 더럽혀져 있는 걸 보면 서서 오줌 누는 게 더 깨끗하다는 주장만 되풀이 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렇잖아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모든 분야에서 남성들의 성역은 무너지고 남녀를 구별하던 많은 경계는 이미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 또 하나의 경계가 허물어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하지만, 남자가 바깥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에서 일한다는 태고 적부터의 경계마저 얇아질 대로 얇아진 마당이다.
바지를 다 내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거나, 수컷의 본성일지 모를 자존심이라 생각하며 버리기 싫은 남성들은, 여성들이 ‘서서 소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도록 소변의 마무리까지 신경을 쓰고, 화장실의 청소까지 돕는다면 아내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여성단체들까지 나서서 남성들의 소변보는 자세를 바꿔 달라는 요구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앉아서 소변보는 자세가 긴장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가정에서만이라도 소변보는 자세를 바꾼다면 집사람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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