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6월 25일)은 수필반 수업이 휴강한 날이다.
지난주 서평을 받았던 나의 6번째 작품 『100세 시대』의 퇴고를 마쳤다.
처음으로 교수님의 칭찬도 조금은 있었다.
지난 다섯 작품에 비하면 장황하게 설명하는 문장이 많이 줄었단다.
퇴고를 많이 하게되면 실력향상에 많이 도움될 거라는 격려도 있었다.
(교수님의 지적 및 퇴고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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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이 석 도
(⑥ 초고, 2013.5.28, 퇴고, 2013.6.18)
한창 일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100세 시대가 어쩌니… 의료 실비용이 어쩌니…”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말이 들리기에 얼른 종료키를 눌렀다.
가끔씩 걸려오는 보험회사의 실손 의료보험 광고가 틀림없을 텐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100세 시대”란 단어가 오랫동안 머리에 남는다.
내가 태어나던 무렵에는 회갑연이 큰 잔치였을 만큼 환갑을 넘기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1980년의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남자 61.7세, 여자 70세였는데, 2012년에 발표된 평균 수명은 남자는 77.3세로 세계 26위이고, 여자는 84.0세로 세계 8위라고 한다. 30년 만에 여성은 14년, 남성은 16년이나 늘어났으니,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100세까지 살게 된다는 말이 헛말만은 아닌 것 같다.
90년대 초반 뉴욕에서 연수 받을 때였다.
연수가 없던 주말, 숙소에서 빈둥빈둥 놀면서 한국어 신문을 읽던 중 『손금 보는 집』광고가 눈에 띄었는데 아주 용하다고 되어 있었다.
숙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라 약도대로 찾아갔다. 50대쯤 되어 보이는 동포 여성이 손금을 자로 재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하면서 미국에는 왜 왔느냐는 둥 몇 가지를 묻고는 말했다.
“손님은 79세까지 살다가 8월 3일에 죽는다.”
그때는 거의 80세까지 산다니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 나이 80살 때면 손자가 겨우 20대 초반이 된다. 평균수명이 100세라는데 나는 왜… 하는 생각이 들었다.
7983. 여름만 되면 떠오르는 숫자이다. 수명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생각이 나는 날짜이다. 이러다 이 숫자에 세뇌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과 함께. 좋은 일의 반복과 세뇌는 선순환의 촉매제가 된다지만, 나쁜 기억이나 좋지 않은 일의 반복이나 세뇌는 좋지 않게 작용할 게 틀림없을 텐데….
얼마 전 경북 청송에서 80대 노부부가 승용차로 저수지에 뛰어들어 자살한 사고가 뉴스를 통해 알려졌다. 치매를 앓는 아내를 4년 동안 돌보던 할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데 자식들 앞으로 남긴 유서에는 “미안하다…너무 힘들다.… 내가 운전할 때 같이 가기로 했다.… 이 길이 아버지, 어머니가 가야 할 가장 행복한 길이다.” 라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유서 내용을 볼 때 할아버지는 건강이 괜찮았으나 치매의 아내가 너무 애처로웠고, 당신이 먼저 떠난다면 남아 있는 아내가 받을 고통이 너무 두려웠던 모양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우리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세까지 늘어난 건 환영할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수명이 아무리 길게 늘어난다 한들 내가 그 때까지 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평균수명까지 산다 하더라도 행복하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한 채 많은 세월을 병석에서 억지로 연명하는 삶이라면 그 또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그리고 나 혼자는 건강할지라도 사랑하는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보내고 살아야 하는 외로운 삶이라면, 차라리 수명이 아니 늘어난 것보다 못하지는 않을까?
그렇다. 지금을 100세 시대라 하지만 저절로 모두가 백세까지 사는 건 아닐 것이고, 평균 수명을 다 누린다 해도 모두가 다 행복하게 사는 건 더더욱 아니리라.
우리 모두가 바라는 행복한 노후는 오랜 기간 충분히 준비했을 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백수(百壽)의 건강, 천수(天壽)의 행복이 준비된 자의 특권이라면 받기 위해 애써야 한다. 젊은 날엔 열심히 일해야 하고, 건강은 건강할 때 노력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욕심과 삿된 마음을 버리고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할 것 같다.
이제는 나도 지난날의 손금 이야기를 말끔히 잊어야겠다.
그리고 아직 못 다한 ‘행복한 백수 준비’는 지금부터라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