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주말의 시작을 집사람과 함께했다.
06시에 일어나 서둘러 베낭을 메고 청계산으로 향했다.
집사람과 산행은 무려 1년만 이었다.
이른 시간이라서 인지 옛골에서 오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이른 아침 집사람과 단 둘이 걷는 산길이 호젓해 좋았다.
친구들과 산행할 때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숨 돌릴 새도 없는데
바삐 올라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기에 느릿느릿 오르면서
청계산에 자라는 나무, 풀, 꽃을 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청계산을 느끼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정말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다른 등산객이 두 걸음 옮길 때 한 걸음 걷는 기분으로
집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수봉을 향해 걸었다.
철쭉은 다 지고 없었지만 여기저기 이름모를 산꽃들이 우리를 반겼다.
한 아름은 넘을 듯한 소나무의 고사한 모습에 가슴이 짠했고
청계산 여기저기 보이는 비닐에 쌓인 참나무 무덤에 마음은 아팠다.
참나무 시들음병이 청계산 참나무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기를 기원했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었지만 마음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이수봉 부근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서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소나무 아래서 바라 본 하늘,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더 맑았다.
소나무 아래서 마신 커피는 더 달콤했고
소나무 아래서 먹은 과일은 보약인 듯 했다.
40분밖에 쉬지 못하고 내려오자니 아쉬웠다.
김밥을 준비해 갔더라면 적어도 1시간은 더 쉴 수 있었을테니.
느지막이 오르는 등산객들의 부러운 눈길을 받은 우리 하산은
오를 때와 다른 길에 여전히 느리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곡 여기저기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맑은 물소리가 축하하는 음악인 줄 알았을 때 끝났다.
오늘 집사람과 함께 한 산행은 지금까지 어떤 산행보다 여유롭고 행복한 산행이었다..
심신을 치료하는 산행이 있다던데, 오늘 산행이야 말로 바로 "힐링 산행" 이었을 것이다.
집사람과 약속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의 이틀 중 하루는 반드시 오늘과 같은 산행을 하기로…,
그때는 김밥을 몇줄이라도 싸들고 와서 한두시간은 더 산속 맑은 공기를 마시기로…,
(청계산 작은 폭포가 들려주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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