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2.
고교친구들과 산행하는 날이다.
지난 달에 북한산에 갔으니 이 달은 관악산.
낙성대 역에서 10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30분이나 일찍 도착해
지하철 역 통로에 걸려있는 낙성대에 얽힌 고려역사를 찬찬히 읽었다.
낙성대는 관악구
우리나라 3대 대첩(살수대첩, 귀주대첩, 한산대첩) 중 귀주대첩의 영웅인 강감찬 장군의 영정을
모신 안국사가 있고 생가터를 공원화한 '낙성대 공원'. 언젠가 한번 가보리라 생각하면서...
약속장소로 향했다.
하나, 둘 친구들이 모여 여덟명이었다.
병철이는 산 중턱에 있는 약수터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도착하는 친구마다 영문이가 준비해 온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출발∼
산행때마다 커피를 넉넉히 준비해 오는 김영문, 오늘도 두 통을 준비했다는데
한 통은 뚜껑이 덜 닫혔던지 오는 도중 지하철 안에서 흘러 내려 낭패를 당했단다.
맑은 날씨, 낮 최고 기온이 25도라는 일기예보에 민소매 셔츠를 입고
얇은 바람막이를 입었는데, 하늘은 잔뜩 흐리고 조금은 쌀쌀한 편이었다.
모두들 컨디션이 좋은 가 보다. 출발부터 속보.
지난 3월 산행과 같은 코스를 오르지만 주변은 사뭇 달랐다.
산 나무들의 연두빛은 점점 짙어가고, 개나리 진달래가 피다 간 자리는
분홍 철쭉이 마지막 봄꽃의 자태를 뽐내는 양 군데 군데 피어 우릴 반겼다.
산을 오르는 등산객의 밝은 얼굴도, 옷차림도 바로 봄 꽃이었다.
약수터에는 병철이가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지만 숨만 돌리고 곧 바로 행군.
병철이가 합류하자 조용히 오르던 분위기는 금방 달라졌다.
산행이 시작될때부터 시작된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이야기에
병철이의 가만있지 못하는 입담까지 더해 졌으니 산행내내 시끌벅적해졌다.
산행도중 간간히 보이는 예비군 참호가 지난 산행때는 허물어지고 지저분한게
엉망이더니, 이번에는 모두가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다. 아마 얼마전 금방 전쟁이
일어날 듯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만약에 대비해 보수하고 손질한 모양이다.
비록 보수하고 정비한 참호이지만 실제로 사용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아야 할텐데...
지난 산행 때 등산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붉은 페인트로 쓴 낙서가 가득했던 바위는
다행히 깨끗히 제거된 모습이지만 낙서를 제거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을 것 같았다.
이제는 제발 공공시설이나 공공장소에 낙서하는 몰지각 놈이 없어져야 할텐데...
연주암을 지나을 지나 산행때마다 쉬면서 간식을 먹는 자리에 도착했다.
우리 친구들이 쉬곤 하던 명당(?)은 벌써 여럿 아줌마들이 차지했다.
할 수 없어 부근에 잡은 그늘자리는 되려 여름엔 더 좋을 것 같고
친구들이 저마다 준비해 온 간식거리들을 몽땅 풀어 놓았다.
내가 오렌지와 생 오이를 내놓는 사이 벌써 쌓인 간식거리는
삶은 계란, 곶감, 양갱, 초코파이, 방울 토마토 등 푸짐했다.
시장끼를 간식으로 달래며 못 다한 윤창중 이야기와
기르던 애완견이 품속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남준의 슬픈 이야기가 끝나자, 다시 go∼
구름이 많이 끼어 햇볕은 나지않고 바람이 좀 있었지만
바람막이를 벗고 산행을 했는데도 온 몸은 땀에 흠뻑 젖었다.
서울공대쪽으로 하산하는 등산로 곳곳에는 며칠후 석가탄신일을
봉축하는 연등이 달려있었다. 군데 군데 나뭇가지에 달린 형형색색의 연등들이
초록빛 나무, 분홍색 봄꽃과 매우 잘 어울려 도심 길가의 연등들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며칠 후 부처님 오신날을 기화로 부처님의 자비로우신 가피가 세상방방곳곳에 스며들어
전쟁 없이 우리 아이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토세상이 열리길 발원했다.
하산이 끝날 무렵의 계곡에는 최근 몇차례 내린 비로 제법 많은 수량의 물이 흘렀다.
친구들은 여름 관악산에 오를 땐 꼭 여기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었다며
오늘도 계곡에서 발을 담그자고 해서 모두들 베낭을 내리고 발을 물에 담궜다.
낮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는 청아하기 그지없고 맑기는 수정 같았다.
잠시 발을 담그고 있자니 머리가 아플 만큼 차가웠지만 피로는 싹∼
하산이 끝나 서울공대에 도착했을 때 헬리곱터 소리가 크게 들렸다.
긴급구조 헬기가 관악산 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사고가발생한 모양이었다.
많이 다치지 않았어야 할텐데...
뉴스에 자주 나오는 등반사고는 등산하면서 술을 마시거나 지정된 등산로로
다니지 않고 출입이 금지된 산길로 다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 산악회는 산행 초창기에는 산에서 막걸리나 맥주를 간단히 사 마셨으나
요즘은 매우 철저하다. 절대 술을 소지하지 않음은 물론 사 마시지 않는다.
산행이 다 끝난 뒤 음식점에서 식사를 겸해 적당히 마실 뿐이다.
오늘도 즐거운 산행은 끝낸 우리는 음식점으로 갔다.
다만 관악산 산행때 가는 새마을 식당이 아니라
허사장이 추천한 오리백숙 먹으러...
'능이버섯 오리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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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통재라
산행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많은 사진을 옮기고 어쩌고 하는 도중
키를 잘못 눌러 몽땅 삭제되고 말았다.
동영상 하나만 남겨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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