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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코(鼻) 수난 시대

2021. 11. 29. 월요일

은규를 등교시킨 후 아침식사를 마치곤 YTN 뉴스를 보고 있었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80%에 근접하자 이달 들어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작한 탓일까?

며칠 전에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일일 발생수가 4,115명에 이르는 신기록(?)을 세우고, 연일 4,000명 안팎을 오르내리더니 검진수가 대폭 줄어드는 주말인데도, 그저께 토요일엔 3,928명, 일요일이었던 어제도 확진자가 무려 3,309명이란다.

그런데 이건 또 웬 말인가?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오미크론'이란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종이 발견되었는데, 이 '오미크론'의 감역력은 실로 두려움 그 자체란다. 지금 온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델타 변종 바이러스'가 이전의 변종 바이러스보다 감역력이 두 배 이상 강해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다는데 '오미크론'의 감역력은 '델타'보다 5배는 더 강하단다. 홍콩에서는 입국 후 호텔에 격리되어있던 사람들 중 두 명의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한 명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입국한 사람이지만 나머지 한 사람은 아직은 '오미크론'이 발견되지 않은 캐나다에서 입국한 중국인이라 감염 경로를 찾던 관계당국은 캐나다에서 입국한 사람이 남아프리가 공화국에서 입국한 사람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단다. 그런데 이들은 같은 호텔에 격리되어 있었지만 만나기는커녕 스친 적조차 없었단다. 다만 마주 보는 방에 격리되어 있으면서 식사가 방문 앞에 배달되면 각자 시차를 두고 살며시 문을 열어 식사를 방 안으로 들였을 뿐이라는데···, 게다가 지금까지 통했던 백신마저 무용지물일 수 있다니 정말 무서운 놈인 모양이다.

델타 변이종만 해도 벅찬데 이처럼 강한 놈이 생겨 벌써 5 대주 14개국에 퍼졌다니 온세계가 난리다.

이웃나라 일본이 30일 오전 0시부터 한 달 동안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전면 중단하는 등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오미크론' 공포에 벌벌 떨고 있단다. 아직은 오미크론 감염자가 없는 우리나라도 시간문제일 뿐 결코 안전지대는 아니란다.

 

답답해지는 가슴도 달랠 겸 집사람과 함께 양재천이나 걸을 요량으로 일어서는데 내 폰의 수신음이 들렸다.

폰의 액정에 뜬 발신인이 아래층에 사는 딸이라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굿 모닝!"

"아빠! 원준이가 집에 왔네요."

원준이가 집에 오다니··· 가슴이 철렁했다.

"원준이가 오다니···, 왜? 등교한 지 한 시간밖에 안 됐을 텐데···"

원준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원준이와 같은 5학년 학생 중 한 명이 코로나19 감염증에 확진된 탓에 같은 층에 교실이 있어 화장실을 같이 쓰는 5학년 학생 전부와 6학년 한 반의 학생들을 조기 귀가시켜 곧바로 코로나 감염 여부를 검사받도록 했다면서 내가 원준이를 데리고 선제 검사를 다녀왔으면 했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코로나 확진 후 입원해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지 2주가 지나 검사를 받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했었는데 이참에 검사를 받으면 되겠다 싶었다. 코로나 감염증은 완치됐다 하더라도 한 달까지는 죽은 바이러스가 몸속에 남아 있어 양성반응이 나온다던데 나도 그럴까? 아니면 이젠 음성일까?

네이버로 서초구 보건소, 심산기념관, 강남역 등 서초구 선별 검사소의 혼잡도를 검색했더니 모두가 '혼잡'이었다.

원준이를 차에 태워 덜 알려진 덕에 평소 검사받으러 오는 사람이 적은 서울시립 어린이병원 선별 검사소로 향했다.

와우!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검사 대기인원의 줄이 100미터는 될 듯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들 대부분은 원준이와 한 학년인 듯 인사를 하며 아는 체했다.

인근 군부대에서도 확진자가 생긴 걸까? 잠시 뒤 군복을 입은 스무 명 정도의 군인들이 오더니 대기줄 꼬리에 붙었다.

방역복으로 온몸을 꽁꽁 감싼 관계자들은 컨테이너로 꾸며진 임시 시설을 들락거리며 대기자들을 안내하느라 바쁘고···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대기줄이었지만 한 시간 남짓 기다리자 우리 차례가 왔다. 원준이와 나는 함께 들어갔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가?

검사 의료진이 기다란 면봉으로 내 콧구멍을 인정사정없이 찔렀다.

눈물이 핑 돌았다.

원준이도···, 네 번째인지 다섯 번째인지 모르겠단다.

열 좀 난다고 찔리고, 동료 중 확진자 생겼다고 찔리고, 확진자 다녀간 식당에서 밥 먹었다고 찔리고, 확진자와 스쳤다고 찔린 데 이어 11월엔 내가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세은이를 비롯한 온 가족이 몇 번이나 더 찔려야 했으니··· 

올가을 들어 우리 가족들의 콧구멍은 성할 날이 없는 것 같다.

하긴···

어디 우리 가족만 그리하랴.

우리나라에서만도 코로나 검사를 받는 사람이 날마다 수십만 명에 이른다니 가히 '코의 수난 시대'라 할 만하다.

 

도대체 우리 아이들의 콧구멍을 몇 번이나 더 찔러야 끝이 날까?

제발 이젠 우리 아이들의 콧구멍이 더 이상 힘들지 않고 예전처럼 편하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19가 이젠 사라지길, '델타'도 '오미크론'도 지구에서 영영 사라지길 기도해야겠다. 간절히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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