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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코로나의 선물

9월 20일 서울 밤하늘의 달님

2021. 9. 20. 월요일

 

달이 참 밝은 밤이다.

어디 한 곳 찌그러진 데 없으니 완전 보름달 같다.

팔월 보름 한가위는 내일이지만 종일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본 모양이다.

그래서 코로나19에 지친 우리들을 위로해 주고 싶어 하루 앞당겨 동그랗게 꾸미고 밝게 화장한 얼굴을 내밀었나 보다.

달구경을 하면서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저녁 식사 후 아파트 앞 근린공원으로 가서는 철봉에 매달렸다.

 

1년 반이 넘도록 우리를 힘들게 하는 코로나.

일상을 빼앗겼다 싶더니 어느새 친구도 빼앗아가고, 고향과 명절 등 많은 것을 훔쳐간 것 같은데 웬 선물(?)····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한 작년 2월 하순 무렵 서울에서는 공공 도서관, 구립 스포츠센터 등 편의시설 모두가 휴관에 들어갔다. 그래서 나도 몇 년 동안 다니던 서초구립 언남문화스포츠센터 대신 양재천을 걸은 후 '양재시민의숲'에서 역기 등의 기구를 이용해 운동하고 있었는데 올 3월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양재천을 걸은 후 시민의숲에서 한창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내 또래쯤 보이는 한 남자분이 오더니 평행봉에 올라 양팔로 버틴 채 다리를 흔들며 오르내리는 스윙을 하는데 무척 멋져 보였다. 평행봉 스윙이 팔뿐 아니라 어깨와 등에 아주 좋은 운동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 남자분이 돌아간 후 나도 한번 해볼 요량으로 평행봉에 올라가 흉내를 내봤는데 단 한 개도 하지 못했다. 다리만 흔들어도 팔이 후들후들 떨리는 게 평행봉 아래로 쑥 빠질 것 같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10년이 넘도록 헬스장을 다녔는데 이것 하나도 못하나 싶어 속이 상했다.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마음을 다지면서 집 앞 근린공원으로 향했다.

평행봉 딥스부터 시작했다.

한 개에서 두 개, 두 개에서 세 개···

풀업밴드를 이용한 턱걸이도 시작했다.

5개에서 10개, 10개에서 15개, 15개에서 20개···

두 달쯤 지났을 때는 딥스 한 세트에 15개, 턱걸이 한 세트에 20개가 가능했다.

거의 매일 저녁 9시를 전후해 1시간 30분 동안 딥스 15회씩 8세트, 턱걸이 20회씩 6세트를 하면서 평행봉 스윙에 도전했더니 이젠 스윙도 15회씩 8 세트가 가능해 요즘은 저녁마다 스윙, 턱걸이, 딥스를 각각 100회씩 총 300회 정도를 한 다음 복근 운동까지 하고 있으니 체력이 꽤 좋아진 것 같다. 폼은 아직 덜 여물었지만···

헬스장에서 계속 운동을 했더라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코로나 때문에 실내 운동이 야외운동으로 바꾸고, 야외운동 덕분에 딥스와 스윙, 턱걸이를 즐기고 있으니 이쯤이면 요즘의 체력과 건강은 코로나19가 준 2021년 추석선물 겸 68살 생일선물이라 생각해도 될 성싶다.

 

 

평행봉 딥스

 

평행봉 스윙

 

풀업밴드를 이용한 턱걸이

 

팔걸이 스트랩을 이용한 복근운동-행잉 레그레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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