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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 여행, 등산...

大방어 산행

2020. 11. 28. 토요일

 

"기절낙지도 좀 사 오세요."

체감 온도가 영하 8도나 된다는 일기예보가 있었기에 단단히 차려입고는 등산배낭을 둘러메자 집사람이 말했다. 

 

집에서 1km쯤을 걸어 도착한 KOICA(한국국제협력단) 후문의 구룡산 등산로 입구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울긋불긋 한창이던 단풍들이 어느새 낙엽 되어 뒹굴고 있다. 

 

나목의 앙상한 가지가 조금은 쓸쓸해 보이기도 했었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도심의 풍경은 남다른 시원함이 있었다.

 

올들어 맨발 걷기에 재미를 붙인 탓에 산행 때마다 맨발로 걷곤 하는데

오늘은 맨발로 걷기엔 발이 너무 시러워 등산화만 벗고 양말은 신은 채 걸었다.

 

낙엽을 밟으며 겨울산을 걷던 중 詩 한 수도 건지고···

 

겨울 산

 

애지중지 키운 아들딸

시집 장가 다 보낸 노부부만큼

홀가분하다.

 

찬바람에도 껄껄 웃는 모습은

무소유 삶 즐기는 고승처럼

여유롭다.

 

그런데…

 

조금은

쓸쓸하나 보다.

 

누굴 기다리는지

산길마다 폭신폭신

융단을 깔아 놓고 있다.

 

서울 하늘이 이렇게 눈이 부시도록 맑다.

이렇게 맑고 깨끗한 하늘인데 어찌 코로나19 확진자는 날마다 수없이 쏟아질까?

며칠째 전국에서 500명도 훌쩍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걸 보면 저처럼 맑고 깨끗해 보이지만

파란 공기 속엔 온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글거리고 있는 걸까? 

   

한 줄의 김밥으로 점심을···

 

수서역쪽으로 하산해서는 다시 1km쯤 걸어 도착한 가락수산시장

 

오늘 산행의 목적은 요놈, 大방어와 기절낙지

집사람이 두 사위를 불렀다. 싱싱한 大방어회를 안주로 한 소맥 한잔은 달콤한 보약이었다.

며칠째 날마다 500명을 훌쩍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니 두문불출이 상책이다.

지금도 불안해 죽겠는데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12월 초부터는 하루 확진자가 1,000명도 넘을 수 있단다.

몇 분이 멀다 하고 들어오는 "확진자 추가 발생" 문자와 연말모임을 자제하라는 중대본의 문자가 두려움 된 지 오래.

이런 분위기 탓에 12월 3일 예정되어 있던 심상문학회 송년회를 비롯해 각종 모임들이 줄줄이 취소되었을 뿐 아니라

내일 원준, 은규, 세은이를 데리고 팔당댐 인근의 '석림옛집'이란 장어집에서 만나기로 했던 서울 중곡동, 경기도 광주 등

사돈 부부들과의 연말 모임마저 취소되었으니···.  맛난 점심 후 사돈들과 함께 그들의 손주이고 내게는 외손주인

원준, 은규 그리고 세은이의 손을 잡고 다산 정약용의 생가 등 유적지와 생태공원을 거닐고 싶었는데···

 

하지만 집 안에 틀어박혀 지낼 수만은 없는 노릇

초등 1년생인 은규가 학교 또는 돌봄교실에 가고, 초등 4학년인 원준이가 등교하거나

제 집에서 공부하는 오전 시간을 활용해 지난 10월 다시 문을 연 언남문화체육센터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였지만 그곳마저 한 달 만에 또 휴관에 들어갔으니

또다시 혼자 걷는 등 혼자 운동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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