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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야기

원준네의 고사(告祀)



2019. 10. 6.

파란 하늘이 더 높아 보이는 시월의 첫 일요일 정오.

조그만 갈바람에도 한들거리며 한껏 가을 정취를 내뿜는 코스모스가 더없이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도착한 경기도 광주시의 京江線 전철 삼동역, JS 빌딩 지하층

아침 일찍 도착한 원준 아빠가 배, 사과 등 몇 가지의 과일 그리고 시루떡과 북어를 올리며 床을 차리고 있었다.

오늘은 내 외손자 원준네가 고사 지내는 날.


몇 해 전 광주사돈께서 아들에게 부동산을 증여하셨다.

광주사돈께서 경기도 광주시에 뿌리를 내리면서 마련하신 부동산으로 그 동안 주변의 발전도 발전이지만 몇 해 전에 京江線의 판교 ↔ 여주 구간이 신설 되면서 바로 옆에 전철 삼동역이 생긴 덕분에 일부의 땅이 수용되고도 가치는 턱없이 좋아졌으니 삼십 년도 넘는 세월 동안 고이 간직하던 家寶를 아들과 며느리, 손주들에게 내주신 셈인데…

그 부동산을 개발한 것이다.

겨울이 다 가기도 전인 지난 2월,

세입자들을 모두 내보낸 후 건물을 허물면서 시작된 신축공사.

그런데 지하층을 파면서부터 우여곡절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전철역과 맞붙어 있어서 철도청이 지정한 감리인을 써야 하는 등 철도청의 간섭이 만만찮은 듯했다.

게다가 지하층을 다 팠을 무렵엔 준공까지의 모든 공사를 책임지기로 했던 현장 소장 이상의 자가 시공사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원준이 아빠와 사돈께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옆에서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건축에 대해선 아는 게 전혀 없어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는 내가 안타까웠다.

사돈과 원준이 아빠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사돈께서 현장 소장 이상의 역할을 하시고, 원준이 아빠는 틈만 나면 현장으로 향하더니…

가족들 하나 하나의 영문이름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스펠링을 찾아 'JS빌딩'이라 이름 짖더니…


지난 8월 말경,

마침내 준공검사를 통과하고 필증까지 발급되었다.

하지만, 추석연휴와 원준이 아빠의 해외 출장 등으로 고사와 잔치를 미룰 수밖에 없다더니

다행히 가을볕 좋은 오늘에서야 가족들만을 초청해 고사(告祀)를 겸한 조촐한 축하연을 준비했단다.


잠시 후,

시작된 고사(告祀)

원준이 아빠와 원준이가 상 앞에서 술잔을 올린 뒤 再拜를 올렸다.

다음은 광주 사돈께서 술잔과 재배를 올리고

그 다음은 내가 은규 아빠와 함께 술을 올린 후 천천히 두 번 절했다.

재배를 올리면서 나는 천지신명님께 마음속으로 빌었다.

한평생 자식과 손자 위한 마음으로 사시는 사돈들의 건강과 행복을.

또, 직장 생활을 잘 하고 있는 내 사위와 벌써 7년째인 스파게티 전문점 '까르보마마'가 시민의숲역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할 만큼 잘  운영면서도 몇 가지의 강의를 맡고 있는 내 딸의 가정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늘 행복이 가득한 가정 될 수 있기를…, 내 사위와 딸이 부모님께 더더욱 효도하는 자식이 될 수 있기를…, 이젠 경제적으로 더 여유롭게 된 만큼 건강관리뿐 아니라 하고 싶은 취미활동도 하면서 원준이와 세은이를 바르고 행복한 아이로 잘 키울 수 있기를…, 배고픈 이웃, 불쌍한 이웃, 힘들어하는 이웃에게는 지금보다 더 관심은 물론 실제로 도움 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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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규를 비롯한 아이들까지 두 번의 절을 마치자

床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돼지머리는 오늘 소원을 다 들어주겠다는 듯 빙그레 웃고 있었다.





'JS빌딩'

원준이 가족 뿐 아니라 광주사돈 내외분이름 영문철자에 J와 S가 들어간다고 하자

원준이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음름에도 J와 S가 들어가잖아요." 한다.








1층에는 편의점 'GS25'와 커피숍, 무인 인형뽑기숍이 들어오기로



원준이 아빠와 정원준


신축공사에 물심양면으로 가장 애를 많이 쓰신 광주사돈


나와 은규 아빠


은규를 비롯한 아이들도



싱싱한 생선화, 쇠고기 등등 푸짐한 잔칫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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