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0일자 『조선일보 土日섹션 Why?』엔
"홀아버지 '바짓바람', 이젠 '한국의 슈바이처' 키웁니다."란
무척 감명 깊은 기사가 있었다.
독일 유학 중 서른넷에 아내와 사별하고, 27년을 홀아비로 살면서
두 아들을 한국과 독일의 의사로 키운 함승훈 박사의 이야기였다.
그는 그런 자식 농사 경험과 오랜 유학·교수 생활을 바탕으로
10년 전 경남 거창에 대안학교인 국제학교를 세웠다.
이 학교는 입학생 전원을 헝가리 국립 데브레첸 의과대학에
진학시켜준다는 조건으로 입학생을 받는다고 한다.
그의 꿈은 세계 곳곳에서 인술을 베푸는 의사의 양성이란다.
문득 얼마 전 뉴스에서 보았던, 독일에 유학을 가서 아내를 암으로 사별하고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성직자 겸 대학교수였던 비슷한 인생의 사람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는 악마였다.
비슷한 인생의 다른 삶을 한 편의 수필로 써 보았다.
닮은 인생 다른 평판
이 석 도
한 공학도工學徒가 있었다. 그는 독일로 유학을 갔다. 유학 준비 중 만났던 연인과 결혼해 두 아들까지 둔 행복한 유학 생활이었다. 하지만 그의 행복은 짧았다. 결혼 6년 만에 아내가 말기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는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귀국해 대학교수가 되었다.
주변에서는 간절히 재혼을 바랐다. 그러나 아내를 무척 사랑한 그는 재혼을 마다한 채 혼자서 아이들을 키웠다. 그의 아들은 둘 다 헝가리의 국립대학인 데브레첸 의과대학을 마치고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10여 년 전, 그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한 헝가리의 데브레첸 대학을 설득해서 이 대학의 의학기초 과정 캠퍼스를 경남 거창에 설립했다. 이 대안학교가 세계에서 유일한 그 대학교의 해외 캠퍼스로 글로벌 의학 영재 교육을 표방하는 거창국제학교이고, 설립자는 함승훈 이사장이다. 이사장은 입학생 전원을 헝가리 국립 데브레첸 의과대학에 진학시켜준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그의 목표는 세계 구석구석에서 인술仁術을 펼칠 의사의 양성이다.
‘한국의 슈바이처’를 키우는 사람으로 알려진 그는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한 신학도神學徒가 있었다. 그는 결혼을 한 뒤 독일로 유학을 가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세 자녀를 낳은 그의 아내가 암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성직자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재혼을 했다. 그리고 교회를 세워 예수님의 사랑을 전파하고, 한 신학대학에서 예의 바르고 농담을 개그맨처럼 잘해 인기 많은 겸임교수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폭행한 막내딸이 숨지자, 1년 가까이 미라 상태로 집 안에 방치하고 있다가 최근에 체포되었다. 알고 보니 그의 자녀들은 뿔뿔이 흩어져 힘들게 살고 있었다. 딸의 시신을 방 안에 방치해 두고도 태평스럽게 집으로 맥주와 치킨을 시켜 먹었던 사실까지 밝혀져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닮은 인생도 삶의 방식이 다르면 평판도 달라진다.
머리로, 입으로만 사랑을 외치는 삶은 손가락질을 받지만, 사랑을 가슴으로 나누고 온 몸으로 실천하는 삶은 존경받는 세상이다, 예나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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