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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방

[수필] 어미소의 울음

 

어미소의 울음

 

이 석 도

 

   어머니를 양지바른 아버지 산소 옆에 안장하고 고향 집으로 돌아왔다. 사랑방에 영정사진과 혼백상자를 모신 빈소를 차린 다음 초우제와 식사를 마치고는 빈소 앞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군불을 얼마나 많이 땠는지 방바닥은 뜨거우리만치 뜨끈했다.

   한참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는 탈상 때까지 시묘살이를 한 효자들이 많았다던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소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해가 질 무렵부터 구슬픈 그 소리가 들렸던 것 같았다.

   ‘왜, 저리 슬프게 울고 있을까?’

   ‘나처럼 엄마를 잃었나 보다.’

   송아지의 울음소리는 다음날 빈소에 상식을 올릴 때도, 아침 식사를 할 때도 그치지지 않았다.

   한 집 건너 옆집이었다. 기다란 외양간에서는 여남 마리의 한우들이 한창 볏짚을 씹고 있었다. 그런데 유독 한 마리만이 “음매∼, 음매∼” 애처로이 울부짖고 있었다.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으니, 젖 뗀 송아지를 지난 장날에 내다 팔았는데 어미가 몇 일째 사료도 잘 먹지 않고 밤낮없이 저렇게 울고 있다고 했다. 품 떠난 새끼를 그리워하는 어미소가 토하는 단장의 슬픔이었던 것이다.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란 말은 인간들만의 이야기인 줄 알았었는데….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 부모를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보다 훨씬 깊고 넓은 것은 인간이나 짐승이나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201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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