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씩 한 가지씩 차려지는 제사상
상에 올려지는 음식 하나 하나에 눈물이 났다.
저 한창 익어가는 대추와 예쁘게 깍은 밤은 물론
저 빨갛게 익은 홍시는
부천 집과 고향 집을 오가며 농사지으시는 형님이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피땀흘려 개간을 하고, 두 분이 평생을 바쳐 일구셨던
鳥來骨 감밭에서 따 오셨구나 생각하니 또 눈물이 뚝뚝.
해마다 추석이면 차레상에 오르던 상어 돔배기가 보이지 않으니
이 작은 하나도 어머니가 정말 아니 계심을 실감케 하고….
내가 선 자리의 옆자리엔
4년 전 추석에는 아버지도 계셨고, 어머니도 계셨는데…,
아니, 바로 작년 추석에만 해도 어머니는 계셨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신위 옆에 놓인 다른 지방(紙榜).
올 설날에도 한 줄밖에 없더니,
올 추석부터는 한 줄이 두 줄이 되어 있다.
새로 생긴 지방에의 한 줄,
「顯妣孺人密陽朴氏神位」을 바라보면서
어머니가 저 한 줄이 되셨구나 생각하자
내 눈에서는 멎었던 눈물이 또 흐르고….
아! 올해가 2014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일 년 전이 너무 그립다.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싶다.
감 따는 일과 가을걷이 등에 바빠서 추석을 쇠러
아들 집에 오시지 못하는 추석이면, 추석 날 오전 10쯤이 되면 형님집의 전화벨이 울렸다.
"제사 잘 모셨나?"고 묻는 어머니의 전화에, 우리는 돌아가면서 목소리를 듣고 들려주곤 했었는데….
아니면 우리가 먼저 전화를 걸어 차례 잘 지냈다고 전하면서 고향 소식을 들었었는데….
올 추석에는 전화가 올 곳도, 걸 곳도 없다 생각하니 더 슬프기만 했다.
그런데…, 그런데 10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형님 집의 전화벨이 울렸다.
대구에 사는 누나였다.
어머니가 하셨던 것처럼 안부를 물었다.
대구의 여동생들과 함께 아버지, 어머니의 산소에 성묘를 간단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이 날아들었다.
여형제들이 부모님 산소에 다과를 간단히 차려놓고 성묘하는 모습.
누나는 여동생뿐 아니라 아들과 며느리에 손녀까지 데려갔다.
부모님 살아 생전에도 잘 했는 누나와 여동생들.
역시 아들보다 딸들이 훨씬 나은 세상이다.
(형님의 첫 손녀 민영이와 사흘 먼저 태어난 내 외손녀 세은이)
추석 직전에 눈 수술을 받아 몸조리를 하느라 차례상 준비는 물론
차례에도 참석치 못한 집사람을 문병하러 형님댁 가족 모두가 우리집으로 왔다.
덕분에 증조모이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20여 일전에 태어난 민영이와 세은이가 처음으로 만나고….
눈 앞의 장난감에 정신을 빼앗긴 7개월배기 두 아기들.
이놈들은 왕할머니 복이 없는가 보다.
손주사랑, 증손주사랑 유별했던 우리 엄마
지금 살아 계시다면, 이놈들을 보신다면
엄청 귀여워하실 텐데….
어머니가 비록 이 아기들을 보시지는 못했지만,
이 두 증손녀들의 출생을 알고 눈을 감으셨으니
하늘나라에서 잘 보살펴주시리라.
왕할머니 사랑대신 다른 복을 내리시리라.
(집 앞 공원에서 바라 본 한가위 보름 달)
(18년만의 슈퍼문이라는 2015년 한가위 보름달)
두둥실 뜬 보름달을 보며
두 손 모아 소원을 비는 내 외손자.
여섯 살배기 정원준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나는 18년만의 슈퍼문에게 가족들의 건강도 빌었지만,
엄마가 내 꿈에 한번 나타나 주시길 간곡히 빌었는데….
올 추석은 눈물이 마르지 않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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