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즐거움
이 석 도
“내가 보낸 글이 실렸다며 원고료를 보내주겠다고 하네.”
“원고료? 얼마래요?”
“20만원”
“우와!”
“나누기 10”
구청에서 발행하는 ‘서초소식’의 독자 투고란을 보고 보냈던 글이 신문에 실렸다는 것이다. 집사람이 더 좋아했다. 잔치를 벌이자며 딸들 식구까지 불러 저녁을 사겠단다.
집사람은 언제나 내 글의 초고를 제일 먼저 읽는다. 그리고는 소감을 이야기하고 어색한 표현을 지적도 한다.
나는 요즘 글 쓰는 재미에 빠져 있다.
언제 어디서건 색다른 게 보이거나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면 써 본다. 괜찮다 싶으면 카카오스토리와 밴드 등 SNS에 올린다. 기다란 삶의 이야기도 가끔 블로그에 쓴다.
글공부를 시작하면서 수필이란 걸 쓰느라 어려움을 겪지만,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행복감을 맛본다.
그런데 글을 쓸 때마다 양지바른 곳에 아담한 한옥을 짓는 기분이 든다.
설계에 따라 터를 닦고 주춧돌을 놓은 다음, 기둥을 세워 그 위에 대들보를 올려 집을 짓는 것처럼; 글쓰기도 먼저 어떻게 쓸 것인지 구상을 하고, 대들보를 받치는 기둥이 필요하듯 주제를 받치는 소재가 있어야 된다. 지붕이 한옥의 품격을 좌우하듯 글에서는 결말이 품격을 좌우하는 것 같다. 잘 된 결말이 좋은 글을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쓴 글도, 읽을 때마다 어색한 표현, 바꾸고 싶은 문장들이 보이곤 한다.
이럴 때는 글쓰기가 나무를 조각하는 일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통나무에 한 번 한 번 칼질을 할 때마다 원하는 형상이 조금씩 조금씩 나타나는 조각처럼, 글도 초고는 읽을 때마다 칼질을 하듯 퇴고를 해야만 좋은 글이 된다.
집을 짓듯, 조각을 하듯 글을 쓰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귀찮기도 하다.
이런 어려움과 귀찮음이 적지 않지만, 내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의 즐거움이 있기에 쓰고 있는데, 내가 쓴 글이 신문에 실리다니….
비록 지역 단위로 발행되는 작은 소식지에 불과하지만, 내 글이 사람들에게 읽히게 된다고 생각하니 여간 기쁘지 않다. 마치 작가라도 된 듯 뿌듯하다.
아직은 세 칸짜리 초가집 같은 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애송이이다. 그러나 글쓰기가 주는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하면서, 언젠가는 고래등 같이 덩실한 기와집을 닮은 글도 쓸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하는 기대를 하며 다시 자판을 두드린다. (2014.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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