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4일 전.
마지막 장거리 훈련을 위해 새벽 5시30분에 집을 나섰다.
목표는 남한산성
편도 19km
왕복 38km.
산성역을 지나 꼬불꼬불한 차도와 산길을 오가며 오른 남한산성 南門, 至和門.
남문을 들어서자 누가 쌓았는지 수십 개의 돌탑이 눈에 띄었다.
'온 정성을 다해 주먹만한 돌들을 차곡차곡 쌓으면서 그 분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저 많은 돌탑을 다 쌓았을 때 그 분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궁금했다.
또 남문 안에는 마흔 개에 가까운 비석들이 세워져 있었다.
모두 조선조에서 선정을 베풀었던 광주유수들의 선정비라고 한다.
옛 사람들의 선정비를 훑어보는데, 잠깐동안 '요즘도 저런 선정비를 세울만큼
훌륭한 정치인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꼬!' 하는 꿈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남문 주차장에는 초.중.고생들이 모여 가을잔치를 벌이고 있어 한참 구경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학생들 사이에서 선정비를 세울만큼 훌륭한 인물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꼬….'
다시 산을 내려오는 도중.
숲속의 한 쉼터.
누군가가 써서 매달아 둔 한장의 비닐이 내 눈길을 끌었다.
"세월호 선장 같은 사람은 쉼터에 쉬지 마세요."
조금은 익살스럽기도 했지만, 오죽했으면…
그렇다,
말 할 수 없이 크나큰 비극이지만,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우리 국민 모두 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 교훈을 머리 속에 담아두기만 할게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함을 알리는 사고가 아닐까 싶었다.
오후 2시 40분 집에 도착.
오늘은 8시간 50분의 도보였다.
배는 고프고 다리는 조금 뻐근했지만, 오늘의 강행군이 10월 1일 출발하는
'360km 고향길 도보여행'의 성공을 보증할 것 같아 뻐근한 다리가 더 대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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