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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보리 한 포기.

월요일 출근길

8차선의 강남대로변

플라타너스 가로수 아래에

보리 한 포기가 바람에 한들거리고 있었다.

언제 피었을까?

볼품없이 자란 보릿대에 수줍은 듯 삐쭉

고개를 내밀 때만 해도 긴가민가 싶었다만

이삭의 알알이에 뾰쪽뽀쪽 치솟은 까끄레기는

영락없는 보리임을 말하고 있다.

보리는 넓은 보리밭에 빽빽히 모여

자라야 제격인 줄 알았는데…….

한 포기의 가냘픈 보리는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을 잔디밭인 양

뒹굴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일깨웠다.

 

어쩌다

이렇게 한 포기만.

그것도 서울 강남의 도심 대로변에….

얼마나 외로웠을까? 

쉴 새 없이 시끄럽게 들려오는 차 소리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지만

이 한 포기의 보리에

고향을 그리워하고,

어린 시절을 추억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한 포기이기에 더 소중하게 보였다.

잡초조차 잘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땅에

뿌리내리고 이삭을 피웠기에 더 대견스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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