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출근길
8차선의 강남대로변
플라타너스 가로수 아래에
보리 한 포기가 바람에 한들거리고 있었다.
언제 피었을까?
볼품없이 자란 보릿대에 수줍은 듯 삐쭉
고개를 내밀 때만 해도 긴가민가 싶었다만
이삭의 알알이에 뾰쪽뽀쪽 치솟은 까끄레기는
영락없는 보리임을 말하고 있다.
보리는 넓은 보리밭에 빽빽히 모여
자라야 제격인 줄 알았는데…….
한 포기의 가냘픈 보리는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을 잔디밭인 양
뒹굴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일깨웠다.
어쩌다
이렇게 한 포기만.
그것도 서울 강남의 도심 대로변에….
얼마나 외로웠을까?
쉴 새 없이 시끄럽게 들려오는 차 소리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지만
이 한 포기의 보리에
고향을 그리워하고,
어린 시절을 추억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한 포기이기에 더 소중하게 보였다.
잡초조차 잘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땅에
뿌리내리고 이삭을 피웠기에 더 대견스레 보였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들의 회갑여행(1) (0) | 2014.06.08 |
---|---|
꼬리표 (0) | 2014.06.05 |
확신의 덫 (0) | 2014.05.13 |
아침마당 (0) | 2014.05.10 |
동창회와 고향 나들이 (0) | 2014.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