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20분, 네명이 한 차로 서초동을 출발했다.
서울춘천고속도로 가평 휴게소에서 국물맛이 아주 좋은
우거지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시간 맞춰 도착한 남춘천CC,
전날 비가 내렸지만 화창한 날씨다.
휘트니스센타에서 운동을 같이 했던 서초동 말띠 친구들
서초동에서 카센타를 운영하는 고 사장.
서초동 극동래미안 입주자 대표회의 박 회장
그리고 김 세무사...
이번 라운딩에서 싱글을 치겠다고
간밤에 스크린 골프를 남춘천CC에서 라운딩했다는
고사장과 박회장이 그린이 엄청 어렵더라면서 지례 걱정하지만
작년 가을이후 골프채를 처음 잡아보는 나는 오히려 담담하다.
'이십년 가까이 열심히 연습하고 라운딩했으니' 하는 믿음으로...
첫 홀은 520m의 롱~홀이다.
마음을 편히하고 가벼운 샷인데도 당겨졌다.
싱글골퍼인 고사장과 박회장도 첫 드라이버는 별로...
늘 제일 하수였던 김세무사만 굿~샷
첫 홀에서는 아무도 Par를 하지 못했다.
전에는 '일파만파'였는데. 오늘은 '전파만파"다
-전국에 누군가가 Par를 했을거니까 우리도 Par-
네명 모두가 드라이버 비거리라면
어느 골프모임에서도 롱게스트를 노리는 장타인데
박회장은 드라이버가 감긴다며 주로 3번 우드로 티샷을 했다.
나는 비록 오랫동안 연습을 하지 않았지만 연습스윙에서 감이 좋아
드라이버와 아이언은 괜찮을 것 같고 실전감각이 필요한 어프로치와
퍼팅에서 고전하리라 예상했는데 결과는 반대였다.
드라이버는 몇 개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감겼다.
몇 개는 정말 속이 시원할만큼 장타에 방향과 발사각이 좋았지만...
내기 골프였지만 연신 웃으며 즐겁게 운동하는 우리 모습이
동반 캐디 아가씨까지 덩달아 신나게 만든 모양이다.
OB나 헤저드에 빠지면 샷이 나오면 웃으며
'나이스 아웃' 하는 걸 보면...
모두가 백돌이가 되어 끝이났고
나는 한 접도 훨씬 넘는 타수였다.
수시로 싱글, 못쳐야 80대 후반을 치는 고사장과 박회장,
잘 치면 팔십대 초반, 못 치면 90대 중반을 쳤던 나,
잘 는 날엔 80대 후반, 못 치는 날이 90대 후반인 김세무사.
모두가 근래 기록에 없었던 백돌이가 되었지만
우리는 그저 즐겁기만 했다.
점심은 청계산으로...
청계산 "옛골토성"
대낮부터 소.맥 폭탄주가 연거푸 만들어지면서
먼저 마누라 이야기가 나오고 다음은 자식 이야기가 이어진다.
다음 주말 며느리를 맞이하는 박회장은 아들의 신혼여행 기간동안
신부 부모와 부부동반 골프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골프치는 사돈을 맞고 싶어한
꿈이 이루어졌음을 자랑하고, 멋쟁이 고사장은 미국에서 학교를 마친 딸이
미국에서 회계법인 정식직원이 되었다고 자랑했다.
김세무사는 29살인 맏딸이 대학원을 마치더니 결혼할 생각은 하지않고
이 나이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해서 고민이란다.
나도 딸들과 이웃해 사는 재미와 손자자랑 하느라 바빴지만...
동갑들의 우정이는 만큼 빈병이 쌓인다.
소주병 5개, 맥주병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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