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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 여행, 등산...

淸密 촌놈들의 대방어 산행

2021. 2. 6. 토요일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수그러들기는커녕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코로나 19로 인해 가을부터 더욱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 탓에 나홀로 산행만 즐기던 이륙산악회원들 중 4명의 용사들이 다시 의기투합(?)한 것이다. 지난 1월 중순에 다녀온 청계산 이수봉 산행의 즐거움과 산행 뒤풀이 때 마신 소맥 폭탄주의 맛을 잊지 못한 그들이 오늘은 구룡산을 넘고 또 대모산도 넘고 탄천을 건너 겨울철 別味의 대명사로 불리는 대방어를 잡으러 가락수산시장에 가기로 한 날이다.

농담 잘하는 김귀동 친구가 말했다. 

"청도 촌놈 밀양 촌놈 모임이네"

그러고 보니 정말 네 명 모두가 청도 또는 밀양과 연관이 있는 친구였다.

나는 청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귀동이는 아버지 고향이 청도, 종걸이는 그의 반쪽인 부인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친정집이 청도, 그리고 동효는 밀양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말이다.

그리하야 나는 오늘 산행에 이런 이름을 붙여 보았다.

' 청도 밀양 촌놈들의 대방어 산행'

 

오늘 출발지, 양재 시민의 숲에서

김귀동 친구, 최동효 친구, 계종걸 친구 기념사진 찰깍!

오늘 산행코스가 바로 서울둘레길 4코스(대모·우면산코스)의 절반으로 4-1코스라

내가 미리 준비해 간 서울둘레길 지도와 스탬프북을 나눠주면서

서울둘레길 도전을 권하자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셋 모두는 시원하게 소리쳤다.

"OK!"

 

나도 스탬프북에 첫 스탬프를 찍었다.

서울둘레길을 한 바퀴 더 돌리라 마음먹으면서···

지난 여름에 나홀로 완주를 한 번했었지만 올 정초부터 집사람과 함께 걷고 있는데다

이번에 친구들과 또 도전을 했으니 완주한다면 세 번 도는 셈.

 

대모산을 하산해서는 두 번째 스탬프를 찍다.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고···

쌓인 빈 병을 세어 보니 역시 친구들은 아직 청춘이었다.

 

입춘을 지났으니 봄이 온 걸까?

그저께까지만 해도 산중턱 곳곳에 쌓여 있던 하얀 눈들이 말끔히 사라진 

구룡산과 대모산의 등산로는 산행하기에 적잖이 불편할 만큼 미끄럽고 질척거렸다.

하지만 겨우내 앙상하게만 보이던 진달래는 초리마다 보일 듯 말 듯 연둣빛 

머금기 시작한 꽃눈들을 단 채 꽃잎 활짝 열 날 기다리고 있었다.

1년이 넘도록 입을 가리고 있는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활짝 웃을 날 기다리는 우리들처럼···

 

이처럼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도 질퍽해지는 날이 오고

하얗게 쌓였던 눈도 녹여 사라지게 하는 봄날이 오듯이 

우리들의 입을 막고 일상마저 멈추게 한 코로나 19 또한 봄눈 녹듯 사라지는 날

하루 빨리 오길 기원하면서 우정을 나누며 함께했던 약 4시간과 9km의 산길,

게다가 기대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대방어와 友情 듬뿍 담은 소맥,

그리고 세 친구들이 시작한 157km 서울둘레길 도전과 완주의 꿈···

오늘 산행은 혼산으론 결코 맛볼 수 없는 別味요 幸福이었지만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인해 더 많은 친구들이랑 함께

나눌 수 없었다는 미안함이 듬뿍 묻은

아쉬움의 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