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9. 일요일
2019년도 딱 이틀밖에 남겨두지 않은 올해의 마지막 일요일
엄마랑 아빠랑 함께 키즈카페에 가기로 한 세은이에게 "재미있게 놀다와라, bye-bye!"
하고는 앞자리엔 집사람, 뒷자리에는 원준이와 은규를 태우고 출발했다.
둘이 만나면 언제나 그러하듯 차 안에서도 원준이와 은규는
아침 참새처럼 짹짹거리고 차는 꼬불꼬불한 길을 달려
약속시간인 오전 11시를 1분쯤 남겨두고
남한산성 중앙주차장에도착했다.
오늘은 내 쌍둥이 큰 딸의 시부모님이자 은규의 친조부모이신 중곡동사돈 내외분과
쌍둥이 작은 딸의 시부모님이자 원준, 세은이의 친조부모이신 경기도 광주사돈 내외분이랑
남한산성의 가벼운 산책로를 한두 시간쯤 걸은 다음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라
그들의 친손자인 정원준이와 송은규를 데리고 온 것이다.
11월 달력을 채 뜯어내기도 전부터 시작된 송년모임
고향친구, 향우회, 동우회, 동호회, 동창회, 학교 동기회, 직장 동기회, 갑장모임 등등
한 주에 한두 개씩은 있었던, 己亥年 보내기를 아쉬워하는 모임이 다 끝난대다
사흘 후면 庚子年이니 오늘 모임이 2019년 마지막 송년 모임인 셈.
원준이와 은규는 쉼없이 쫑알쫑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어다니고
집사람과 두 안사돈은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면서 우리 뒤를 따랐지만
세상사를 나누랴 망아지 같은 손자들을 돌보랴 바쁜 세 할아버지의 얼굴은 더없이 환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군데군데 자리잡은 남한산성
겨울산 공기가 목덜미를 스칠 때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하지만 친할아버지의 손과 친할머니의 손
다음엔 외할머니 손과 외할아버지의 손을
번갈아 잡으며 귀염을 떠는 원준과 은규 덕분에
원준네의 행복 그리고 은규네의 행복이라는
똑같은 소망을 가진 우리 세 부부는
마치 소망을 다 이룬 듯
걸음은 가벼웠으리라.
중앙주차장
↓
연주봉 옹성
↓
서문
↓
수어장대
↓
남문
2시간쯤 걸었을까?
약 6km.
퇴촌에 있는 흑염소 전문식당
중곡동 안사돈과 내 집사람은 처음 먹는다면서도
수육과 전골을 잘 먹었다. 원준이와 은규도
배가 고팠던지 주는대로 꿀꺽꿀꺽
맛있다며 아주 잘 먹었다.
일 년에 몇 차례 갖는 사돈 모임 중 하나이고
해마다 연말이면 술잔을 주고 받으며 덕담을 나누지만
올해는 건강하게 잘 자라는 손자들과 함께한 송년모임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더 즐겁고 더 행복한 자리였다.
아마도
새해 2020년은
내년 3월이면 매헌초등 4학년이 되는 정원준과
같은 매헌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송은규는 말할 것도 없고
광주사돈댁 모두와 중곡동사돈댁 모두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을
듬뿍
주실 것 같다.
우리 따라 남한산성에 오지 않고 엄마 아빠랑 키즈카페로 갔던
세은이는 요렇게 놀면서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했대요.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 첫날의 기도 (0) | 2020.01.02 |
---|---|
1973년의 추억 (0) | 2019.12.31 |
13년의 세월 (0) | 2019.11.28 |
광화문 집회에 가다. (0) | 2019.10.05 |
주민을 찾아온 보건소 (0) | 2019.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