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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이야기

[스크랩] 임금산과 태양광 발전소



임금산과 태양광 발전소

 

삼밭내에서 놀던 동무들과 상월봉이 눈에 선하여 눈물이 흐른다.’

이글은 서울 사시는 이석원 님의 둘째 할아버지께서 1905년경 미국 하와이에 이민 가서 1910년경 고향을 그리며 보낸 편지 내용 중 한 부분이다.

 

이 어른은 당시 1902년부터 1905년까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협회의 요청을 받은 미국 대리공사 알렌 선교사가 고종 임금에게 하와이 농장 이주를 건의해서 미주이민사업 허락을 받아 수민원(綏民院)을 설치하고 전국적으로 이민자를 모집할 때 지원한 사람 중의 한 분이신 것 같다.

 

이 편지 속에 나오는 삼밭내는 내가 사는 청도군 매전면의 동창천(東倉川)이고 상월봉은 월봉산(月峰山)이다. 여기서 월봉산은 온막 마을 남쪽에 있는 해발 450m의 산으로 이 산의 모양이 달팽이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달팽이산이라 부르고 이를 한자음으로 달박산(達朴山)이라 표기했다. 그러나 이 마을의 대성(大姓)을 이루고 있는 고성이씨(固城李氏) 보첩(譜牒)에는 월봉산(月峰山)이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월봉산의 남쪽 해발 150m 자락 이하를 임금산이라 한다. 이 마을에서 출생한 식성군 이운룡(息城君 李雲龍, 15621610) 장군이 선조(宣祖)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은 당글에서 용송(龍松) 앞까지의 들을 임금들이라 하고, 함께 하사받은 산을 임금산이라 오늘까지 불리고 있다. 임금산을 고성이씨(固城李氏) 보첩(譜牒)에는 군평산(君坪山)이라 적고 있다.

 

1604(선조 37) 10월 선조 임금이 식성군에게 내린 선무공신교서(宣武功臣敎書)에는 이운용 장군이 임진왜란 때 옥포해전(玉浦海戰)에서 왜군과 대적하여 크게 무찌르고 승전한 무공을 치하하며 선무공신(宣武功臣) 삼등으로 책훈하고, 포상으로 초상을 그려 후세에 길이 남기고, 전답과 노비를 하사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에 따라 임금산 아래 용송 부근에 상충사(尙忠祠)를 세웠다. 상충사는 식성군의 영정을 보존하기 위한 왕명에 따라 1604년경에 세워졌는데 1814년에 금호서원으로 옮겨간 기록이 있다. 임금들과 임금산은 이때 선조임금이 식성군에게 하사한 것 같다.

 

특히 임금산은 명당(明堂)이 많은 산으로 이름나 이 마을 출신의 독립운동가 매운 이정희(梅雲 李庭禧) 선생을 비롯한 여러 유명인사와 그 선조들의 묘가 여러 곳에 산재하고 있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온막교회(溫幕敎會) 교인들의 무덤도 많이 있다. 1908년 일본군의 총검에 찔려 순교한 이창기(李昌基) 집사의 무덤과 이종희(李鍾熙) 초대 장로의 묘, 국회의원 이영창(李永昶) 안수집사와 그분의 선친, 현 국회의원 이종명(李鍾明) 장로 선친의 묘를 비롯한 많은 교인의 무덤이 모두 임금산에 있다.

 

나는 2015년 여름 쯤 임금산 아래 58번 국도 청매로를 지나다가 분묘 이장공고 현수막이 나붙어 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 여기를 개발하나 싶었다. 여기는 여러 해 전부터 소나무 재선충의 피해를 본 소나무가 급증하여 여러 차례 대대적인 방제작업을 해도 호전되지 않은 곳으로 평소 획기적인 수종 개량이 없이는 솔숲을 보전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온 터라 차라리 친환경적 시설로 개발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올해 들어 이 마을 출신의 사업가 이 모 씨가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공사는 설비용량 2751KWP 규모의 토지 위 고정식 설비 형식으로 오는 4월 말 준공을 앞두고 있는데 이는 인근 호화리에 있는 기존 호화태양광발전소와는 그 규모나 용량에 있어 비교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요즈음 태양광 발전사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먼저 정부의 신성장동력 에너지사업 추진과 한전의 전기사업허가 기준 완화 등에 그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한 번의 투자로 2~30년간은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사업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이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규모가 큰 상업적 시설이 늘어나자 산사태 우려와 자연경관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나타 나기도 하여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규제기준을 만들어 태양광 발전 시설을 제한하는 곳도 생겼다. 얼마 전 감사원에서 이러한 일률적인 입지 제한이 주민의 기본권을 과다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있기는 했으나, 일부 시·군에서는 여전히 주요 도로에서 500m 이내, 개발행위 허가 대상지 300m 이내의 10가구 이상 주거 밀집지역, 자연취락지구· 관광지· 관광진흥형지구 단위계획구역으로 부터 500m 이내, 경지정리 등 집단화된 토지 중앙부근 등은 일단 허가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씨는 이 발전소 건립을 위해 2014년부터 명대태양광발전을 설립하고 준비해 왔다. 나는 그동안 온갖 난관을 물리치고 어려운 발전사업 시설 허가를 받아 고향 발전을 위해 힘쓰는 이 씨에게 몇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다.

 

앞에서 임금산의 역사적 배경을 지나치리만큼 길게 적고 있는 것은 발전소의 시설 공사나 앞으로 운영과정에서 우리가 사는 고장의 역사적 흔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시설지역이 국도변의 경사지임을 감안하여 국도와 발전시설 사이에 수목림(樹木林)을 조성하여 미관을 보존하고 산사태 방지에 최선을 다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신 분이라 타향인 나보다는 애향심이 훨씬 더하리라 믿기에 하는 말이다. 





출처 : 매전초등학교 총동창회
글쓴이 : 김진태(호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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