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7. 화요일
원준이가 초등학교 졸업하는 날이다.
모처럼 얼굴에 로션을 바른 후 청바지를 입고 양복 상의를 걸쳤더니 집사람이 한결 젊어 보여 좋다며 엄지척했다.
행사 시작 시간을 30분이나 앞두고 도착했는데도 벌써 강당은 빈자리가 몇 개 없을 만큼 학부모와 가족들로 붐비고···
학교에 들어서서 졸업식 행사장의 이모저모를 살피는 동안 원준이와 함께했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갔다.
첫 외손자가 태어났다는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가 품에 안았을 때의 가슴 벅찼던 행복과 어깨띠로 원준이를 가슴에 안고 토닥이며 공원을 맴돌았던 추억이 새로웠다. 어린이집에서 하원시켜 놀이터에서 함께 놀았던 게 그저께 같고, 매헌초등학교에 입학했던 게 어제 일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세월이 빠르긴 빠르다 싶었다. 코로나로 인해 몇 년 동안 가을 운동회가 열리지 않은 탓에 원준, 은규, 세은이가 함께 운동장을 누비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한 집에 사는 듯이 한 아파트에서 아래 위층에 살고 있는 덕에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손주들의 모습을 빠짐없이 보는 복을 누리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싶다. 그래서일까? 우리 원준이가 이렇게 훌쩍 큰 만큼 내가 늙었구나 싶다가도 내가 늙은 만큼 우리 원준이가 성장했다는 생각에 나의 늙음이 조금도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쏜살처럼 흐른 세월이 감사하고, 오히려 70대에 들어서는 나의 늙음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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