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3. 일요일
몸이 개운한 아침이었다.
어제 집사람과 고종사촌들이랑 서울 둘레길 7-1(가양역→증산역) 코스를 걸었지만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7시간도 넘게 푹 잔 덕분인가 보다. 오늘도 둘레길을 걷는 날이지만 8시 40분쯤 나서면 되겠다 생각하니 마음마저 느긋했다.
한 시간 정도 할 요량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있고 있는데 일요일이라 올라오지 않을 줄 알았던 원준이가 올라왔다.
어제 아침에 안 올라온 벌충이란다.
대신 일요일이니까 아침 공부는 평소의 절반인 30분만 하고 가겠단다.
스트레칭을 잠시 중단하곤 생수와 수박을 챙겨 먹인 후 '최상위 수학'을 꺼냈다.
30분 동안 풀 분량의 문제풀이 범위를 정해 준 다음 못다 한 스트레칭을 마저 끝낸 후 원준이의 공부를 돌봐주고···,
안마의자의 신세를 지고···, 간단하지만 아침식사를 하고···, 커피도 마시고···
그런데 너무 느긋했나 보다.
신분당선을 탄 다음 양재역에서 3호선 지하철로 환승한 후 도착 예정 식간을 확인했더니 10시 5분쯤 도착이란다.
아뿔싸! 내가 확정해 통보한 집합 시간은 10시인데 내가 지각이라니···
삼수 친구는 9시 20분쯤 도착했다고 카톡에 올렸던데···
지하철 속에서라도 뛰고 싶은 기분이었다.
드디어 내가 탄 지하철은 불광역에 도착하고.
나는 쏜살같이 뛰어 2번 출구 밖으로··· 시간은 10시 5분쯤이었다.
먼저 도착해 몇십 분씩 기다린 세 친구들에게 제대로 사과도 못한 채 함께 7022번 시내버스를 탔다.
오늘은 이륙회 친구들과 서울 둘례 길 8-3 코스를 걷기로 한 날이다.
우리 이륙회에서 나를 포함해 7명이 서울 둘레길을 돌고 있는데 본래는 매월 셋째 주말에 걷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27일부터 범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코로나 예방백신 접종에서 백신 접종 후 얼마간은 푹 쉬어야 하는데 개인별 접종일이 달라 오늘 걸어서는 안 되는 친구들이 있고 이번 셋째 주말에는 시간 내기가 불가한 친구들이 있어 6월의 둘레길은 두 차례(두 번째 주말과 세 번째 주말)로 나누어 진행키로 했다. 그러면서 백신 주사를 일찍 맞은 4명은 오늘 걷고, 좀 늦게 맞은 3명+a는 셋째 주말인 다음 주 주말에 걷기로 한 것이다.
오늘 둘레길 걸음 시작점은 지난 5월 뒤풀이 행사를 했던 할머니 두부집.
구기터널을 지나자마자 하차하면서 시작된 6월 서울 둘레길
Let' go!
성곽을 쌓은 것처럼 으리으리한 집들이 즐비한 평창동 부자동네
궁궐 같은 집들을 구경하면서 걷도 좋지만 이런 아스팔트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족히 4km는 걸어야 하는데 내 생각엔 서울 둘레길에서 가장 지겨운 구간.
어제도 집사람이랑 서울 둘레길 7-1 코스 8km를 걸었으니
연이틀의 둘레길 걸음이라 조금은 힘들 줄 알았는데 말짱하다.
어제는 사랑하는 이들과의 걸음이고, 오늘은 멋진 친구들과 걸음이라
氣가 소멸되기보다 좋은 氣가 충전되는 모양이다.
아스팔트 길에 지쳐 어느 대궐 같은 집 대문 앞에서 잠시···
32°C를 오르내리는 한 더위 날씨의
뜨거운 아스팔트 길을 4km나 걷고서야 마주친 스탬프 부스에서
스탬프를 찍는 친구들
숨이 턱턱 막히던 아스팔트 길을 걷다가 야릇한 냄새
진동하는 북한산, 밤꽃 향기를 맡으며 숲길을 걸으니 살 것 같았다.
오늘 둘레길의 하이라이트
바위를 타고 흐르는 맑은 물이 얼마나 시원하고 상쾌하고 행복하던지···
이처럼 맑고 시원한 계곡물이 없는 여름 산은 앙꼬 없는 빵이다.
30대가 제1야당 당대표가 된 정치 이야기뿐 아니라
친구 이야기와 세상사를 주고받은 4시간은 우정의 시간이었다.
오늘 둘레길은 절반에 가까운 거리는 한여름 못잖게 푹푹 찌는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했지만
다시 만난 숲길은 잠시 전의 더위와 힘듦을 말끔히 잊게 해 주면서 소중한 가르침을 주셨다.
우리들의 지난 삶이 이와 다르지 않았고, 남은 생에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30분을 넘기는 소나기가 없듯 어떤 불행도 어떤 고난도 잠시란다.
어떤 불행이든 어떤 고난이든 이겨낼 수 있고
그다음에 기다리는 것은 행복뿐이라며
절대 포기하지는 말란다.
우정을 마시는 시간
적당히 불그스레 멋진 얼굴에
또 생맥주
이들의 신축년은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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