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산악회의 기해년 2월 정기산행
2019. 2. 10. 일요일
오늘은 우리 이륙산악회의 2019년 2월 정기 산행일이다.
우리 산악회는 매달 두 번째 일요일의 정기 산행과 한 번이상의 번개 산행을 하고 있으니 올들어 세 번째 산행인 셈.
며칠 째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날씨지만 집합장소인 전철 1호선 석수역 2번 출구 안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자 산행 때마다 그러하듯 영문다방 김양(?)은 그에게 종이컵을 쥐어주곤 두 통의 보온병을 내보이며 물었다.
"믹스?"
"블랙?"
일찍 집을 나섰음에도 지하철 환승 실수(?) 탓에 좀 늦었다지만 마지막 친구도 도착함으로서 10시 정시출발∼
산행코스는 석수역→불영맘→장군봉→칼바위국기봉→돌산국기봉→서울대 정문
산행에 나선 친구들은 모두 10명인데
바로 어제 작은 아들의 결혼식을 치룬 김귀동 산악대장을 비롯해
이풍규 부대장, 김석진 해외산행 추진단장, 계종걸, 김영문, 박대승, 박삼수, 이홍희, 최동효, 그리고 이석도 이렇게 10명.
지난 1월 18명이나 참여했던 정기 산행에 비하면 10명이라 좀 단촐해 보였지만 내 예상보다는 많은 참석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어제 김귀동 산악대장의 혼사에 하객으로 참석했던 많은 친구들이 2차 술자리까지 가지면서 마신 탓에 늦잠을 자거나 푹 쉬고 싶은 친구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게다가 우리 산악회의 산행이라면 거의 빠지지 않는 이종성과 신종진. 두 친구는 落傷으로 입원해 계신 老母를 뵈러 주말마다 부산에 내려가느라 이번에는 참석을 못했지만, 지극한 효성이 하늘에 닿아 친구들의 慈堂들께서 쾌유하셔서 다음 산행 때는 두 친구도 함께할 수 있으리라 싶었다.
초반에만 약간 급경사였지만 대체로 무난한 산길을 걸어 석구상과 국기봉을 거쳐 서울대 입구로 하산.
도란도란 친구들과 추억을 나누고, 내년 몽골 트레킹을 꿈꾸며 3시간여 동안 7km를 걸었던 산행
오늘 이륙산악회의 2월 정기 산행은 행복과 우정의 산행이었다.
석수역 2번 출구 통로에서 김영문표 커피를 마시며 출발을 준비하는 친구들
호암산 입구에서 이풍규 부대장의 오늘 산행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는 친구들
땀이 말라뿔라,
선 채로 휴식…
여기는 어딘가?
경치가 별로이구만…
-신랑 각시바위-
신랑 각시바위를 사랑바위라고도 한다는데 안내판에 적힌 전설은 이렇다.
옛날 호암산 아래마을에 믿음직한 총각과 어예쁜 낭자가 마을에 살면서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양가는 집안이 대채로 앙숙(怏宿)으로 지내온 터라 부모님들은 관계를 반대하면서 다른 사람과 혼인을 시키려 했습니다. 낭자는 부모님의 심한 반대를 못이기고 같은 밤을 틈타 집을 뛰쳐나와 산에 올라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이를 뒤늦게 알게된 총각은 사랑하는 낭자를 찾으려 칠혹 같이 어두운 산을 헤맺습니다. 그리던 중 산 중턱 절벽 위에 홀로 서서 세상을 하직하겠노라고, 마직막 기도를 올리는 낭자를 발견합니다. 나뭇잎은 스산한 바람에 흔들리고, 달빛은 그제야 휘훵찬란하게 비치는 절벽, 그 앞에서 만남 이들은 손을 맞잡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서로 닦아주며 달빛님에게 세상을 끝까지 합께 하겠다고 맹세의 기도를 올리며 밤을 지세웁니다. 절절하고 애절한 이 여인의 사연은 마침내 달님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달님은 진실된 이들의 사랑에 감동을 받아 영원히 함께할 수 있도록 둘을 그자리에 마주보며 우뚝선 바위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호암상 석구상에서
각자들이 준비해 온 간식, 삶은 계란, 떡, 과일 등을 꺼내놓자
우리들의 손과 입은 바빠지기 시작하고…
등산의 3대 재미라면
'운동하는 재미'
'간식 먹는 재미'
'하산주 마시는 재미'
아닐까?
이 멋진 뒷모습의 주인공은 뉘실까?
호암산 능선 곳곳에서 혹한을 이겨내고 고개를 내미는 진달래 나무
추위야 여전하지만 이들은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에서도 벌써 봄내음 맡았나보다.
다음에 오면 연분홍 진달래꽃 만발한 모습 보여주겠다는 듯
초리마다 봄색 묻혀 흔들어 댄다.
흙 한 줌 없는 바위 틈에서 자란 멋진 소나무들
이들은 이런 환경을 원하지 않았겠지만 탓하지도 않았으리.
국기봉
바로 어제 작은 며느리를 맞은 김귀동 대장
아직은 바쁘고 피곤할 텐데도 만사를 제치고 오늘 산행에 나섰다.
산등성에서 바라본 서울대 전경
지난 11월에 성공리에 마친 베트남 판시판 트레킹을 추진했던
김석진 해외산행 추진 단장이 내년 5월을 전후한 몽골 트레킹 추진을 발표했다.
방금 전, 사진 찍을 때는 몰랐었는데…
몇 발자국을 내려오자 주위가 웬지 황량하고 적막한 느낌…
그러고 보니 산불이 났던 모양이다. 주위 나무들 모두가 시커멓게 그슬린 모습으로 죽어 있다.
쾌 굵은 소나무도 죽었고, 적잖이 큰 참나무도 죽었다.
그다지 오래 된 것 같지는 않다.
설마 산에서 담배를 피우지는 않았을 테고…
어쩌다 이런 일이 있었을까?
죽은 나무들만큼 자라는 자연복원이 되려면 적어도 수십 년은 걸릴 텐데…
지금도 가물지만 올봄도 엄청 가물 텐데…
온 국민이 산불예방에 더 노력했야 겠다.
땅 위로 드러난 소나무의 뿌리 모양이 하도 특이해서…
오늘의 산행길은 옛친구들과 도란도란 정을 나누고 추억을 토했던 길
땅을 기듯 자라는 소나무가 측은하면서도 아름답다.
서울대 옆 관악산 입구로 하산 끝
하산길에 어제 맞은 며느리로부터 전화를 받던 김귀동 산악대장이 첫 건배를 제의했는데
"아까 작은 며느리가 신혼여행 떠나면서 전화했길래 하산해 음식점으로 가는 중이라 했더니,
아버님! 여행 돌아와서 제가 다 드릴 테니 친구분들께 오늘 맛있는 점심 많이 사세요."
했다면서
오늘 점심 등 일체는 자신이 산단다.
오늘은 우리 우륙산악회원들이 친구의 며느리 덕분에 더 행복한 날이었다.
으뜸 보양식 중 하나인 장어전골로 포식한데다 주고 받는 소줏잔, 맥주잔,
막걸리잔 하나하나에 우정이 넘치고 웃음꽃도 만발했으니…
오늘의 산행 기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