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 번개산행
2018. 9. 30. 일요일
구파발역 2번 출구, 09시 20분…
가장 먼저 도착한 내가 북적대는 주위를 한 바퀴 돌고나서야
반가운 얼굴들이 한 명씩 한 명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륙산악회에서 북한산 의상능선을 타는 날.
산행 때마다 커피를 준비해 오는 영문 친구가 오늘도 어김없이
콧구멍을 벌름거리게 할 만큼 향긋한 모닝커피로 친구들을 반기고…
추석연휴 동안 맛난 먹거리로 조금은 더 두꺼워졌을 뱃살의 다이어트와
11월 초에 예정된 인도차이나반도 최고봉인 베트남의 판시판산(해발 3,143m)
등산여행에 대비해 체력단련을 겸한 번개산행임에도 9명이나 참석했는데
그들은 김귀동 대장, 이풍규 부대장, 김석진 판시판 추진위원장, 김영문, 김영호, 신종진, 이종성,
한옥봉 그리고 지난 9월 11일 끝난 실버 몸짱대회를 준비하느라 몇 달이나 산행에 참석치 못했던 나까지…
북한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얼마나 많던지 버스를 타기엔 하세월일 것 같아
호객하는 봉고승합차를 타고 북한산성 입구에 도착해서는
가볍게 몸을 푼 다음
산행에 앞서 山박사 김풍규 부대장의 코스 설명을 들고는…
북한산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어 북한산의 '백미'라는
의상능선의 첫 봉우리 의상봉을 향하여 Go Go∼
가파른 코스를 오르다 잠시 숨을 돌리고…
의상봉 100여m 아래의 쌍토끼 바위에서 멋진 포즈를 취한 친구들
의상봉에서 바라본 용출봉 가는 능선
신라시대의 고승인 의상대사가 수도한 곳이라 해서 그의 법호를 붙였다는 의상봉에서도 한 컷
성랑(城廊)이란 성곽에 딸린 초소 건물이자 병사들의 숙소였는데
북한산성에는 성란이 143개나 있었으며 여기는 그들 중 한 곳이란다.
등산객들이 쌓은 돌탑길을 지나…
과일, 떡 등 준비해온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며…
용이 출현했다는 전설을 품은 용출봉(龍出峰)
의상능선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기기묘묘한 바윗길을 걸어 도착한
해발 581m의 용혈봉(龍穴峰)
용출봉에 나타났던 용(龍)이 승천을 못하고 피를 흘린 곳이라는 전설이 있지만
용혈의 漢字가 용 용(龍)에 피 혈(血)이 아니라 구멍 혈(穴)인 걸 보면 자연스럽지 못하지만 전설은 전설일 뿐.
근데 용혈봉은 나무가 거의 없는 바위봉우리라 비 오는 날에는 등산객이 피뢰침 되기 십상이래요.
실제 2007년 7월에는 이곳에서 등산객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 당하는 끔찍한 낙뢰사고 가 있었다니
비 오는 날, 특히 번개치는 날에는 등산 대신 파전에 막걸리가 더 좋을 것 같아요.
해발 593m의 증취봉
곳곳에서 보이는 이처럼 복원된 山城도 보기 좋았다.
하지만…
간간이 보이는 이끼 낀 돌들의 옛 산성 모습에 더 정감을 느끼는 건 왜일까?
이끼 낀 돌처럼 적잖은 세월의 때가 묻은 나이 탓일까?
이런 느낌을 갖는 사람이 어디 나 뿐일까?
암문(暗門)이란 非常時에 병기나 식량을 반입하는 통로이자
때론 구원병의 출입로로 활용된 비상 출입구로 성곽에 문루를 세우지 않고 뚫은 문이며,
부왕동(扶王洞)은 고려시대에 이곳 있었던 신혈사라는 절에서 임금(고려 현종)을 구한 적이
있다고 해서 '왕을 도운 계곡' 이란 뜻으로 부왕동(扶王洞)이라 명명했다고 하네요.
북한산성탐방안내소를 출발해 의상봉→용출봉→용혈봉→증취봉→삼천사계곡을 거쳐
맛난 오리백숙과 닭도리탕이 기다리는 음식점에 도착해 하산주를 나누는 친구들.
북한산 예찬론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 중 하나이면서도 난이도가 꽤 높아 산을 좀 탄다는 등산인들조차
결코 쉬이 여기지 않는 능선, 수직에 가까울 만치 가파른 바윗길을 쇠밧질에 의지하고 철계단을 오르내리며
4시간 30분 동안 걸어 5.6km의 의상능선을 무사히 완주하고 마시는 하산주는 그야말로 꿀맛!
건배사가 끝날 때마다 술잔을 부딪치는 친구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평소보다
10년은 젊어 보였다. 아니 아직은 청년이었다.
김귀동 대장께서 오늘 산행의 완주를 기념하여 "의상'을 신종진 친구의 雅號로 하사(?)하면서 1차 뒤풀이는 끝났지만,
나는 몇 달만에 친구들이랑 세상사 등의 담소와 情을 나누며 운동을 한데다 몸짱대회에 출전하느라
10kg 넘게 축이 난 몸을 맛난 오리백숙으로 보신까지 잘 했으니 꿩먹고 알 먹고…
오늘의 의상능선 산행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멋진 친구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한 번 이륙산악회는 영원한 이륙산악회!
이륙산악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