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길...
2018. 4. 22. 일요일
작년 7월에 다녀왔으니 9개월만에 찾아간 고향집.
옛장터에 차를 세워두고 빗장만 걸려있던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슬프도록 붉디붉은 모란꽃들이 나와 집사람을 반겼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을 이겨내고 이렇게 아름답게 만발했건만 그새 아무도 찾아주지 않았으니…
집 안을 둘러보았다.
지난 가을에 따지를 않아 저절로 떨어진 홍시들의 시체가 온 마당에 흩어져 있고, 혹한을 견디지 못한 선인장 등의 화분들이 마당에 뒹굴고 있었다. 해마다 빛깔 좋은 치자들이 주렁주렁 달리곤 했던 부엌 앞의 치자나무는 가뭄에 말랐는지 아니면 혹한에 얼어는지 바싹 말라버린 이파리만 달고 있었다.
몇 해 전까지만해도 온갖 화초들이 사시사철 꽃을 피우고 구석구석까지 반질반질했던 집이었는데…
아버지 가신 지 6년, 어머니 가신 지 3년,
그동안 형님께서 고향에 오가며 처마를 달아내어 마루를 넓히든 등 관리를 하셨건만 이런 몰골일 줄이야.
꽃밭엔 어머니가 가꾸시던 모란꽃이 만발해 있고, 텃밭 군데군데 올봄에도 참나물과 취나물, 더덕이 싹을 틔워 자라고 있었지만, 어머니의 손길이 멎은 텃밭과 꽃밭은 온통 잡초들이 점령해 풀밭이 되었으니…, 눈물이 핑 돌았다.
하룻밤도 자지 않고 고향을 떠나긴 난생 처음.
모란꽃에 하직인사를 하고는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모란꽃보다 더 붉은 눈물을 마음속으로 흘리면서…
영남지역에서 맛나기로 울산 봉계와 쌍벽을 이루는 경주 산내 한우고기
호미곶의 밤바다
호미곶의 새벽
호미곶의 일출
내 딸들이 초등학교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포항 죽도초등학교
어머니의 선물-두릅, 옻순, 취나물, 참나물, 참가죽, 정구지, 돈내이, 대파, 달래
사위도 주지 않는다는 첫물의 정구지,
얼마나 보드랍고 싱싱하던지 있는대로 베어서는 비닐봉투에 담아 차 트렁크에 넣었는데
하루를 지나 서울에 도착해서 보니 뜨끈뜨끈한 게 잎이 누렇게 뜨기 시작했으니…
다 다듬고 손질하느라 밤 12시를 넘겨야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