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느낀 바,
昇天하던 龍이 떨어져 생겼다는 전설을 지닌 양재천은 관악산 남동쪽 계곡에서 발원해서 16km를 흐른다. 수 년전 마라톤에 입문하면서 가끔 달렸던 양재천은 지난 2월 양재동에 이사온 뒤로 한층 더 친해졌다. 혼자서 또는 집사람과 함께 걷고 뛰며 아침운동을 하는 곳이다.
지난 여름 직접 너구리를 만난 적이 있고, 떼 지어 다니는 팔뚝만한 잉어는 매일 볼 수 있다 했더니 자료에 따르면 양재천에는 청동오리등 150여종의 동물과 150여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대치동 일대는 옛부터 백로가 빈번히 날아들어 학여울이라 했다는데... 요즘 양재천서 보이는 크고 하얀 새들은 그때 백로들의 후손들이 아닐까 싶다.
동식물의 천국이 된 양재천엔 새벽부터 사람들도 많이 모여든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
우아한 동작으로 파륜궁을 수련하는 동호인들, 끝없이 달릴 것만 같은 마라토너, 섹소폰이나 기타를 연습하는 음악 애호가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는 장소이기도 하다.
내가 새벽이면 만나는 사람은 양재천을 즐기는 이들뿐 아니라, 양재천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들도 있다. 새벽 6시면 어김없이 배치되어 자전거 길과 산책로는 물론 화장실까지 깨끗이 쓸고 닦는 10명이 넘는 노란색 복장의 미화원들이다. 이들은 일요일에만 쉬는지 토요일에도 청소하면서 가벼운 인사로 산책하는 이들의 기분을 한결 좋게 만든다.
생각없이 걷고 달리던 양재천에서 어느날 미화원이 중간 지점까지만 청소하고는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영동2교가 강남과 서초의 경계임을 알았다. 이후부터는 영동2교를 지날 때마다 강남을 대표하는 두 지자체가 양재천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양재천은 제대로 관리 되고 있는 것인지, 어떤 관리가 진정 잘 가꾸는 것인지를 생각하면 더 혼란스러워 진다.
미화원들이 청소하는 구간은 꼭 영동2교에서 탄천과 합류지점까지다. 이 구간의 도로에는 쓰레기는 물론 낙엽도 없을 만큼 깨끗하다.바로 강남구 관할지역이다. 이 구역에는 산책길 연장,우레탄 포장 등 수시로 보수공사가 행해지고 길옆의 풀들이 조금만 웃 자라도 예초기가 동원된다.
돌이켜 보니 지난 8개월 동안 서초구 관할지역에선 미화원을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래서인지 더러 쓰레기들이 보이고 적잖은 낙엽이 뒹굴고 있다. 그래도 심하게 더러울 정도가 아닌걸 보면 미화원들이 며칠에 한 번쯤은 낮시간에 들러 청소를 하는 모양이다. 길바닥에는 언덕에서 휩쓸려 내려 온 흙들이 깔려있고 길옆엔 아이들 키만큼 자란 수크렁이란 풀이 억새와 비슷한 하얀 꽃을 잔뜩 피웠고, 옥수수대 같은 갈대가 어른 키만큼 자라 보기가 좋다.
청소뿐 만 아니다. 화장실도 강남구 지역과 서초구 지역이 판이하게 다르다. 강남구 지역에는 자전거 길과 산책로 사이에 세워진 화장실이 네 곳이나 된다. 늘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촉감이 따뜻한 비데가 설치된 화장실을 전담 배치된 미화원이 관리하여 가정집 화장실보다 훨씬 더 청결하고 아늑하다.
반면 서초지역에는 양재천과 연계된 운동시설 주변에만 공용 화장실이 있어 쉬이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비데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휴지통 주변에 휴지등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는 걸 보면 관리도 철저하지 못한게 틀림없다.
또 있다. 양재천을 건너는 징검다리조차 다르다. 서초 구역의 징검다리는 울퉁 불퉁한 자연석 그대로이다. 그러나 강남구에서는자연석을 매끈하고 네모 반듯하게 다듬어 징검다리로 쓰고 있다.
똑 같은 하나의 양재천인데... 강남구와 서초구는 왜 이리다르게 대접할까?
서초의 양재천은 서초구의 변방인 우면동과 양재동을 따라 흐르지만 강남구에서는 대표적인 부촌인 개포동, 도곡동, 대치동을 따라 흘러서 일까, 그래서 부자들이 이용하는 곳이라 관할구청의 관심과 예산이 다를 수 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강남구역의 깨끗함과 이용자 배려가 더 좋아 보이고 서초구의 무관심은 이용자를 무시하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섭섭한 생각이 드는 날도 있다.
어떤 날, 강남구가 양재천을 너무 인공적인 공간,인위적으로 가꾸는 게 아닌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예산낭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의도적으로 친환경을 추구한 결과인지, 무관심의 결과인지 알 수 없지만 오히려 서초구의 자연스러움이 훨씬 좋아 보이는 날도 있다.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고 싶은 가을이나, 고향의 흙냄새가 그리울 때는 더...
주로 가진 자들이 운동하고 즐기는 장소가 된 양재천을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꾸미기 보다는 조금은 방치(?)한다 해도 자연스러움이 살아나 좋을테고... 덜 쓰여진 예산은 양재천을 이용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위해 쓰여진다면 승천하지 못한 龍의 恨까지 풀릴텐데...
(양재천의 서초구역 안내도)
(양재천 나팔꽃)
(양재천의 다른 모습)
강남구역 징검다리 | 서초구역 징검다리 |
강남구역 화장실 | 서초구역 화장실 |
강남구역 자전거 길 | 서초구역 자전거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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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역 중간길 | 서초구역 중간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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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역 윗길 | 서초구역 윗길 |
구룡산과 양재천 전설
구룡산은 서초구 염곡동과 강남구 포이동 사이에 있는 산이다. 그 산을 자세히 보면 계곡이 9개이다. 그러니까 산 능선도아홉. 그런데 그 계곡마다 우물이 또한 아홉 개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는 9는 완벽한 숫자를 의미하니 이 산은 완벽을 기한 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 는 국수봉이라고 하는데 나라를 지켜주는 봉우리라는 뜻! 여기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원래 그 산 계곡의 우물에 용이 한마리씩 살았다. 그때에는 산계곡이 아홉이 아니라 열이었다고 하는 데, 이 지상에서 할 일을 다 마친 용이 그 형제들에게 말했다. '자, 우리 열 형제는 이제 하늘로 올라가 자. 우리가 올라갈 때는 아무도 보아선 안된다. 만약에 임신한 여자가 우리를 보고서 `용 올라간다!' 고 소리를 지르는 날에는 부정을 타서 기운이 떨어 승천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지상의 일은 오늘 밤에 다 마치고 일찍 잔 뒤에 내일 이른 새벽에 올라가도록 하자. 하늘 문 이 첫 새벽에 열리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저 막내가 늦잠꾸러기 라서 걱정인 걸!' '걱정 말아요. 형 들이나 잘 해요. 저는 내일 아침 일찍 일어 날테니까요. '막내의 자신만만한 말에 형제들은 안심을 하 고 잠이 들었다. 새벽이 되었다. 맏이가 동생들을 깨웠다. '자 일어나라. 우리가 승천할 시간이다!' 그런데 막내는 엊 저녁 장담과는 달리 일어나지를 않는 것이었다. 시간없어 어서 일어나.임신한 여자가 물동이를 이고 물을 길러 나오기 전에! '이런 소리를 하면서맏이 용이 승천 준비를 시키고 점검을 하였다. '자, 지상을 떠나서 승천을 하자!' 그들은 일제히 하늘에 올랐다. 하늘은 이들을 환영하는 구름을 만 들어서 어서 들어와 몸을 감추라고 하였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아홉, 위로 아홉용은 구름에 진입을 하였다. 그런데 그 늦잠꾸러기요 말썽을 부리던 막내는 그만 출발이 늦었다. '아이구, 나도 하늘에 빨리올라야 지!' 하고 서둘러서 올라갔다. 저만치 형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형님들 천천히 가요!' '막내야. 어서 힘을 주어서 올라오너라!' 막내 용은 이제 막 그 먹장 구름 속에 형들처럼 머리를 들이 밀었다. 아직 꼬리와 몸뚱이는 남아있었다, '앗, 용 올라간다!' 이때 임신한 여 자가 소리를 질렀다. 임신한 여자는 세상의 기운을 빨아 들여 뱃속 아기에게 전해주는 강인한 어머니로 비록 용이라 하더 라도 임신한 여인의 힘을 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막내 용은 형들이 걱정한데로 그만 승천을 들키고 말았다. '아-악!' 막내용은 그만 떨어지고 말았고, 이미 구름 속에 들어간 아홉 형들은 안타까웠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아, 동생이 그만 임신한 여자한테 들켰구나! 너는 이제 땅에서 냇물이 되어라. 그래서 세상 사람들에 게 먹을 물, 농사를 짖는 물이 되어라. 우리 아홉 형들은 하늘에서 제때에 비를 내려 줄 것이다. 동생 아, 비록 너는 하늘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지상의 물이 되어라. 좋은 재목, 좋은 재산인 물이 되어라. 양재천이 되어라. .......이리하여서 良才川이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