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 길. 2017. 12. 16. 00:36



2017. 12. 13.(수요일)

은규가 부쩍 컸다.

지난해에 어린이집으로 데리러 가면 신발장에 적힌 친구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누구 것인지 내게 물었는데 올봄부터는 다 외워 내게 알려주더니

지난 9월 네번 째 생일무렵에는 받침 없는 쉬운 한글을 간간히 읽기 시작했다.

특히 은행 간판을 보면 무슨 은행, 무슨 은행하면서 다 읽고는

마지막엔 꼭 "할아버지는 우리은행에 있었죠?" 했다.

그런데 며칠 전 하원하던 중 있었던 일이다.

동작대교를 지날 무렵 뒷좌석의 카시트에 앉아 있던 은규가 제법 큰소리로 말했다.

"불법주차 단속 중입니다. 운전자가 탑승 중이라도 보도, 횡단보도, 정류소 등에서는 즉시 단속됩니다. 서초구청"

 깜짝 놀랐다.

어느새 한글을 다 깨우친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5층인 우리 집의 거실에서 창밖을 내려다 보면 집 앞 도로에 불법주차 단속을

경고하는 전광판이 있는데,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은규가 가끔 창밖을 내려다 보면서 뭔가를 읽는 듯

중얼거리곤 하더니 전광판에서 움직이는 경고문구를 외운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은규에게 차 안에서 했던 "불법주차 단속∼"을 한번 더 해보라고 했더니

다시 줄줄 읊는데 정말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외우고 있었다.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런 모습이던지…


오늘은 요렇게 귀엽고 사랑스런 은규의 재롱잔치 날.

은규는 3살부터 아빠가 근무하시는 회사의 직장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지만

이곳엔 6,7세반이 없어 내년 3월부터는 우리 집 부근의 영어 유치원에 다니기로 했으니

이번 송년 가족행사는 아빠 회사 LGU+ 어린이집에서의 마지막 재롱잔치다.

은규는 초록반 친구들과 뮤지컬 잉글리쉬를 공연한단다.

나도 꼭 가야 하는데…

나도 가고 싶은데…


우리은행에 근무했던 동문들의 송년모임.

하필이면 오늘이다. 그것도 은규의 재롱시간과 겹치는 저녁 6시.

나만 빠지고, 집사람이랑 서둘러 퇴근한 은규 엄마, 은규 아빠가 재롱잔치에 참석해

은규와 초록반 친구들의 멋진 공연을 지켜보았다는데…

고슴도치 할멈이 고슴도치 할배에게 전한 말.

"우리 은규가 제일 잘 합디다."






용산 소방서에 견학간 초록반



보건소 견학 중 치과 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