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양재천 허수아비
자갈 길.
2012. 9. 15. 21:25
서울, 강남,
한 복판에 흐르는 양재천
요즘 이 양재천에 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논 두마지기 정도 되는 습지가 있는데...
겨울에는 물을 가두고 얼려 어린이 얼음 썰매장으로...
봄날에는 개구리랑 두꺼비 알을 가득 넣어 알이 올챙이가 되고,
올챙이가 개구리 . 두꺼비로 자라서 산으로 가는 과정을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자연학습장이 되더니...
지난 초여름 모내기를 하는가 했는데
어느새 누렇게 익어가는 벼가 고개를 숙이고
지금은 허수아비가 운동하는 이들의 동심을 깨운다.
메뚜기 날뛰는 논에 서있는 허수아비, 논두렁 따라 파진 물도구 끝에 달아 둔
통발속엔 누런 미꾸라지 출렁거리고, 탈곡기 뒤에 모인 벼 짚단으로
장난감 집을 지어 숨고 들락거렸던 어린날들이 생각나고,
새짚 엮어 초가지붕을 단장하시던 아버지가 그립다.
장마와 태풍으로 양재천 물에 몇차례 침수되고도
끄떡없이 수해를 이겨내는 꿋꿋함을 보이더니
이제는 시골에서 조차 볼 수 없는 풍경으로
고향 떠난 이들에게 아른거리는
옛 추억을 되돌려 준다.
메뚜기 몇 마리만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도심 속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행복)
(멋진 모양으로 춤추는 허수아재)
(빨간 립스틱이 이뿐 허수 아지매)
(청치마가 어울리는 허수누나도...)
(옆의 습지엔 연꽃이 피고, 오리도 노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