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詩 놀이터
짝사랑
자갈 길.
2017. 1. 27. 00:11
짝사랑
이석도
한 청년이 높다란 감나무에 올랐다.
잘 익은 다른 홍시들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맨 꼭대기에서 유난히 빨갛게 빛나는 홍시
그것 하나만을 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까치와 참새들이 날아든다.
불안해진 청년은 장대를 흔들어 새들을 쫓지만
새들은 멀리 도망가지 않은 채 주위를 맴돌고 있다.
자신의 작은 키를 한탄하고,
더 긴 장대를 준비하지 못했던 날들을 자책하면서
날개를 부러워하던 청년.
청년은
그날 밤 꿈속에서
한 마리 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