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가족여행(1)
2016. 6. 21.(화요일)
오후 5시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우리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보라와 송 서방이 33개월을 조금 지난 은규를 데리고, 세라와 정 서방이 7살의 원준이와 16개월 된 세은이랑 함께
그리고 우리 부부.
모두 9명이다.
오늘은 우리 가족이 몽땅 코타키나발루로 여행 가는 날.
코타키나발루는 인구가 약 47만명인 말레이시아 사바 州의 州都이며 보르네오 섬 최대의 도시로 휴양지로 이름을 떨치는데, 코타키나발루의 別名은 '황홀한 석양의 섬' 이다. 이곳 바닷가에서 보는 낙조는 그리스의 산토니, 남태평양의 피지와 함께 세계 3대 해넘이로 꼽히기 때문이란다.
보안검색을 마치고 출국심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작은 해프닝이 일어났다.
수화물칸에 실을 우리 여행가방들이 X-Ray 검색을 받던 중 한 가방에서 총기류로 의심되는 물건이 있어 탑재가 안된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확인을 하기 위해 내가 되돌아갈 절차를 밟고 있는데, 정 서방이 전화를 주고 받더니 해결이 되었단다.
원준이와 은규가 물놀이할 때 가지고 놀 물총을 여행가방에 넣었던 게 X-Ray에서 총기 모양과 비슷하게 보여 그랬단다.
출국심사장을 빠져나오자 집사람이 면세점부터 가잔다.
지난 2월 오키나와 여행길에서 샀다가 5월 북해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잃어버린 오클리 선글라스를 다시 산단다.
집사람이 어떤 선글라스가 잘 어울리는지 몰라하자, 송 서방은 장모 옆에서 이것 저것을 씌워주며 골라주었다.
사위와 뜻을 마춰 선글라스를 고르는 집사람의 기분이 매우 좋은 것 같았다.
하나씩 쓸 때마다 송 서방에게만 "어떤 게 잘 어울리냐?"고 묻는다.
하긴 내게 물어봐야 이것도 오케이, 저것도 오케이일테니까.
'인터넷 면세점'에서 구매한 우리 손자 정원준과 송은규가 먹을 '정관장 홍이장군'을 찾은 다음 PP카드 라운지로…
부폐로 차려진 먹을거리도 꽤 괜찮지만, 9명의 대식구가 탑승시간을 기다리며 쉬기에 무척 편안한 장소였다.
저녁식사까지 마친 다음 셔틀기차를 타고 탑승동으로 이동.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세 아이들은 신이났다.
창밖으로 비행기가 보이자 세은이는 생후 10개월쯤 사이판 여행을 가면서 탔던 기억이 나는지 비행기더러 오라고 손짓을 했다. 벌써 해외여행을 너댓 번이나 다녀온 원준이랑, 두세 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온 은규도 덩달아 신이나 춤을 추고….
탑승이 완료되고 7시 30분쯤 비행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했다.
한참 이륙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機體의 이상을 점검하기 위해 다시 탑승장으로 돌아간다는 기내 방송이 흘러나오더니 기수를 돌렸다. 왠지찜찜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설마…' 점검을 마친 비행기는 이륙했다.
비행기가 뜨자마자 집사람과 나는 귀마개를 꺼내 귀를 틀어막고 껌을 씹었다.
몇 년 전까지 멀쩡하던 귀가 언제부턴가 비행기가 높은 고도에 오르내릴 때는 아팠는데,
이번 여행을 앞두고 집사람이 병원에서 이 야기를 했더니 귀를 막고 껌을 씹으면 좋다고 했다니…
5시간의 비행.
밥중의 비행이라 원준이와 은규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데 세은이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잘 시간에 잠을 이루지 못하자 울기 시작했다.
아빠가 안고 통로를 오가며 재우려 애를 쓰지만 조금 잠들다 다시 깨고, 또 다시 조금 잠들다 깨고….
세은이가 음식물을 토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사이판 여행 때 비행기를 잘 탔던 세은이가 칭얼거리 울었던 것은 멀미로 속이 불편해서 그랬던 모양이다. 속이 편해진 세은이는 금방 잠이 들었다.
도착지가 얼마 남지 않았을 즈음 비행기는 난기류를 만나 機體가 심하게 흔들렸다.
비행기 機體가 갑자기 뚝 떨어지자 잠들었던 집사람이 놀라 눈을 떴다.
이내 불경을 염송하는 듯 눈을 감은 채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이륙 전에 機體 이상의 방송을 들은데다, 우리 온가족이 한 비행기를 탔으니 오죽했으랴.
어느새 나도 '나무아미타불'을 찾고 있었다.
인간이 참으로 나약하면서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심 깊은 집사람이 절에 같이 다니자고 할 때는 언제나 못 들은 채 하는 내가 이렇게 막상 급할 때는 애타게 부처님을 찾고 있다니 ….
현지 시간으로 밤 1시쯤(우리나라 시간은 2시)에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도착했다.
정말 귀가 말짱했다. 전혀 아프지 않았다.
짐을 찾아 밖으로 나가자 정 서방의 이름을 쓴 피켓을 든 현지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운전하는 승합차를 타고 찾아 곳은 리조트의 호텔이 아니라 도심에 있는 '제이제이 하우스'였다.
3개의 커다란 침대방과 넓직한 거실을 가진 콘도인데 우리 교민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란다.
정 서방에게 왜 리조트로 가지 않고 게스트 하우스으로 왔느냐고 물었더니,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으면 우리가 갈 리조트에서 할인 혜택이 많은 멤버십 카드 2매를 빌릴 수 있단다.
날이 밝았다.
몇 시간밖에 자지 않았는데도 아침이 되자 아이들은 우루루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신이났다.
엄마랑아빠, 할아버지, 할머니와 이모 이모부가 있는데다 형아 동생들이 다 함께 있으니 그저 좋은 모양이다.
짧게나마 시내를 관광하고 가벼운 점심을 먹은 다음 목적지 수트라 하버(Sutera Harbour)로 향했다.
(면세점에서 열심히 선글라스를 고르는 집사람과 송 서방)
(PP카드 VIP라운지에서)
(탑승동으로 가는 셔틀기차를 기다리며)
(탑승을 기다리며 즐거워하는 우리 손주들)
(비행기 안에서의 우리 원준이와 세은이)
(비행기 탄 우리 은규)
(게스트 하우스에서 TV 보는 우리 가족)
(게스트 하우스 정원 연못의 비단잉어)
(시내 쇼핑몰에서)
(이제 수트라 하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