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방

[수필] 삼채를 키우며

자갈 길. 2016. 6. 27. 01:05

삼채를 키우며

 

이 석 도

   TV에서 방영하는 건강 관련 프로를 보고 있었다. 단맛과 쓴맛, 매운맛 세 가지 맛을 가졌다는 삼채를 소개하고 있었다. 식이유황이 마늘보다 무려 6배나 많아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듣자 문득 키워보고 싶어졌다.

   화장실 공사를 하면서 떼어놓았던 욕조를 베란다로 옮기고는 밑바닥 군데군데에 구멍을 뚫었다. 배수가 잘 되도록 욕조 바닥에 돌을 깔고, 그 위에 흙을 올려 모종을 심을 작정으로 커다란 양동이를 들고 집 앞에 있는 공원으로 갔다.

   나무 밑을 돌아다니며 돌멩이를 줍고 있었다. 조깅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들이 오가며 힐끗힐끗 나를 쳐다보았다. 은행나무 아래라면 한창 떨어지는 노란 은행 알을 줍겠거니 했겠지만, 주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소나무와 느티나무 아래에서 무언가를 연신 주워 담고 있었으니 이상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어떤 사람은 숫제 내 옆까지 돌아 걸으며 양동이 안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맨 한 중년 남자가 다가오더니 웃으며 물었다.

   “여기서 탐석하능교? 단양이나 제천 쪽에 가면 좋은 돌이 많은데….”

   어린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밀면서 거닐던 할머니가 다가와 “아기들 다칠까봐 돌멩이 치우는가베.” 하면서 큰 돌까지 들고 와서 양동이에 담았다. 채소 심을 욕조의 바닥에 깔 돌멩이를 줍는다고 하자, 할머니는 미안해하며 한참 동안이나 자잘한 돌멩이를 주워 담으며 말했다.

   “아기 돌보는 일도 재미있지만, 채소 키우기도 참 재미있다오.”

   그러고는 손자랑 같이 채소를 키우면 더 재미있을 거란다.

   작은 돌을 한 층 깔고, 그 위에 퇴비 섞은 흙을 덮은 다음 삼채 모종을 심었다. 기름진 흙냄새를 맡아서일까? 아니면 채소는 아기처럼 돌봐야 한다는 할머니의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열흘도 채 되지 않았는데, 모종이 어느덧 검푸르고 싱싱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매일 베란다에 나가 햇볕이 좋은 날엔 창문을 열어 통풍이 잘 되게 하고, 맘껏 햇볕을 쬐게 한다. 

   흙이 너무 마를 세라 오늘도 손자 손에 물바가지를 쥐어 주고, 함께 물을 준다. 

   “아기는 사랑으로 키우고, 채소는 정성으로 가꾼다.” 는 그 할머니의 말을 떠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