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50년의 시간여행

자갈 길. 2016. 5. 9. 00:32

2016. 5. 1.(일요일)

우리, 경북 청도의 매전초등 39회 졸업 동기들은 특별한 동기회를 가졌다.

졸업한 지 어언 50년.

어린시절의 추억을 몽땅 가진, 9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모교가 2012년에 폐교되었고,

함께 공부했던 80여 명의 동기생들 중 적지 않은 친구들이 벌써 세상을 하직했으니….

 

해마다 한 번씩 갖는 동기생들의 모임.

올 동기회는 우리가 초등 6학년 때 소풍갔던 곳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1966년 소풍길을 2016년에 걸었으니 만 50년만에 다시 걸었던 셈이다.

먼저 밀양 표충사에 도착했다.

곳곳에 매달린 화려한 연등들은 석가탄신일이 머지않았음을 알리고 있었지만

석탑을 제외하고는 옛날 모습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친구들은 50년 전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렸다.

그때는 변소가 얼마나 깊었던지 대변을 보면 한 시간 후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라는 친구.

엄청나게 큰 가마솥이 어디에 걸려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며 찾는 친구.

우리가 하룻밤을 묵었던 요사채가 이 부근에 있었다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친구.

사명대사가 옛날에 사용했던 창칼의 모습을 떠올리는 친구.

여자아이들에게 쳤던 짓궂은 장난이야기를 멈추지 못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바로 50년 전의 아이였다.

밀양댐과 위양지를 거쳐 영남루로

50년 전, 친구들이 앞다투어 사진을 찍었던 돌사자상.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

돌사자 등에 올라 사진을 찍었던 까까중 머리의 우리들은

이제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훨씬 많은 할아바지 할머니가 되었건만.

 

50년의 세월.

내 주위의 변화를 보면. 

아니, 내 자신의 변화를 보면

적잖이 긴 세월이었다.

하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던데 이런 세월의 다섯 곱이 아닌가.

그런데,

나는 이번 우리 동기회에서 느꼈다.

이 50년의 세월이 우리들의 육신은 늙게 했을지언정 

우리로부터 동심(童心)까지 빼앗아가지는 못했음을….

 

올 우리 동기모임은 50년의 시간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