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우리집 인삼벤자민
우리 집 인삼벤자민
이 석 도
우리 집에 오랫동안 키우던 인삼벤자민 분재가 하나 있다. 굵직한 둥치의 작달막한 키와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따사로운 날이면 밖에 내놓아 햇볕을 쬐게 하고, 날씨가 조금이라도 추워지면 거실에 두면서 정성껏 키웠다.
삼월 초 햇볕이 좋던 날, 분재를 화단에 내놓았다. 그런데 갑자기 고향에 갈 일이 생겨 들여놓는 걸 깜박 잊고 집을 나섰다. 몇 일만에 돌아와서 보니 인삼벤자민은 잎들이 다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했다. 꽃샘 한파를 견디지 못했던 모양이다.
봄날 같지 않게 영상 2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계속되었다. 매화에 이어 개나리가 피고 진달래도 피었다. 그러나 인삼벤자민의 앙상한 가지에는 작은 새 움 하나 돋아날 기미조차 없었다. 가지들을 하나씩 하나씩 분질러 보았지만 모두가 바싹 말라 있었다. 영영 죽었구나 생각하며 실내로 들여놓지 않은 실수를 안타까워했다.
그때 양지바른 담벼락 아래에서 작은 무엇이 내 눈길을 끌었다. 아주 작은 아기 단풍나무들이었다. 아직 떡잎을 달고 있는 것을 보아, 이웃에 있는 단풍나무의 씨앗이 날아와 맨땅에 묻혔다가 싹을 틔운 것이다.
‘그 작은 단풍 씨앗이 싹을 틔우다니, 더구나 겨울의 혹독한 추위까지 이겨내고.’
단 이틀의 추위도 견뎌내지 못한 인삼벤자민이 야속했다. 하지만 금방 ‘수시로 창밖에 내놓아 웬만한 추위는 이겨내도록 키웠다면 아직 죽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나의 과보호가 인삼벤자민을 죽게 만들었구나 싶었다.
하기야 지나친 보호가 자생력을 잃게 하는 게 어디 식물뿐이랴.
쌔근쌔근 자고 있는 손자를 바라보면서, 과보호를 경계하리라 되뇌어 본다. (2015.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