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동명이인
동명이인
이 석 도
몇 주 전부터 회사 내 사이트에 게시된 경조사를 보면서 토요일의 결혼식들 중, 입사 동기의 혼사에는 참석하고, 학교 후배 지점장의 혼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축의금만 송금하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금요일 퇴근하면서 후배의 혼사 게시물을 챙기지 않았다. 월요일에 송금을 할까 했으나, 아무래도 늦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때 같이 근무했던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받은 계좌로 송금을 했다.
친구 아들 결혼식에서 만났다가 헤어진 한 친구가 은행에 들렀다.
“오늘 후배인 김○○ 지점장 딸 결혼식이 있는데, 못 가서 송금했어.”
“그래? 나도 그 친구한테 송금하려고…, 그런데 김○○가 둘이라 헷갈리겠더라.”
“둘이라니?”
“둘 다 명퇴했는데, 공교롭게 같은 날에 자녀 혼사가 있더라고….”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월요일에 출근을 하자마자, 나는 경조사 게시판에 들어가 두 명의 김 전 지점장 혼사 게시물을 확인했다.
‘아뿔싸!’
내가 토요일 부조금을 보낸 계좌는 후배의 계좌가 아니라,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동명이인의 것이었다. 언뜻 계좌번호를 잘못 알려 준 직원에게 화가 났다. 그러나 누구라고 자세히 말하지 않은 사람은 바로 내가 아닌가. 물론 같은 날 동명이인의 혼사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후배의 계좌로 부조금을 보낸 후 전화를 걸었다.
“김 지점장, 자네 흔한 이름 때문에 부조를 두 번이나 했소. 토요일 송금했는데, 오늘 보니 다른 김씨 계좌네. 자네 잔치에 안가서 벌 받은 모양이야, 미안해.”
“형님도 그랬능교? 그러게, 왔으면 될 건데, 그 친구한테 전화해서 잘못 보낸 것이니 돌려드리라고 할게요.”
“아냐, 그냥 둬. 영 모르는 친구도 아닌데…, 거기도 부조했다 생각하지 뭐.”
“그래 생각하이소, 형님. 언제 제가 한잔 사겠습니다.”
직장 내에 동명이인이 그리 드문 일이 아닌 걸 알면서도, 같은 날, 이름이 같은 혼주의 자녀 혼사 게시물을 보지 못해 생긴 실수였다. 매사에 치밀하지 못한 내 성격을 드러낸 해프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