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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확신의 덫

자갈 길. 2015. 3. 24. 10:32

 

확신의 덫

 

이 석 도

 

   얼마 전, 총동창회 사무국장인 후배가 전화를 했다. 총동창회장이 서울에 있는 후배들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고싶어 한다며, 언제가 좋겠냐고 물었다. 나는 토요일이 좋지 않을까 했지만, 사무국장은 주말은 참석인원이 적을 것 같으니 금요일 저녁으로 정하겠다고 했다.

   잠시 후 사무국장은 날짜 및 시간과 장소를 적은 모임 안내문을 그룹 카톡방에 띄웠다. 또 다음날에는 내 동기들이 모임에 많이 참석하면 좋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래서 나는 내 동기들에게 모임을 안내하며 참석을 당부하는 문자를 보냈다.

   토요일, 약속시간보다 10여 분 일찍 도착한 나는 혹시 먼저 온 동문들이 있나 싶어 식당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러나 아는 얼굴은 한 사람도 없었다. 식당 주변을 서성이다가 시간에 맞추어 다시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역시 동창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계산대로 가서 물었더니, 우리 모임은 어제였단다.

   ‘분명히 토요일인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내 문자를 받은 친구들이 늦었다며 달려왔다. 동기생 몇과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그간 동창회 멤버들과 주고받았던 카톡과 문자를 모두 뒤져보았다. 이번 모임을 안내한 문자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금요일로 되어 있었다. 동창회 카페에 게시된 모임 안내에도 금요일로 되어 있었다.

   ‘토요일로 변경했던데….’

   나는 카페의 모임안내를 보면서 ‘토요일로 바꿨다면서 왜 정정하지 않고 있나?’ 라고 여겼던 기억까지 떠올라 살펴보았던 카톡을 다시 찬찬히 뒤졌다.

   여러 번 왔던 카톡 중 하나가 ‘5월 9일(토요일)로 되어있지 않은가.

   5월 9일은 ‘금요일’인데…, ‘토요일’로 되어 있는 걸 보면 아마 ‘금요일’을 ‘토요일’로 잘못 입력했던 모양이다.

   내가 토요일에 만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을까? 내 눈에는 ‘토요일’이란 단어만 보이고 날짜는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는 ‘토요일로 바뀌었구나.’ 생각하면서 나 스스로를 토요일에 가두고 말았던 것이다.

   어떤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났다.

   “확신의 덫에 걸린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 찾기에만 집중한다. 심지어는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근거를 발견해도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불거지게 된다.”

   바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