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버스의 변신
버스의 변신
이 석 도
“아저씨, 내리세요.”
굵직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버스를 타고 출근하면서, 노량진을 지날 무렵까지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는데…, 깜박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차를 운전해 다닐 때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에서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교통체증에 대한 걱정도, 신호등을 살펴야 하는 긴장감도 없다. 앞 사람의 얼굴만 바라봐야 하는 지하철의 답답함도 없다. 때로는 빽빽이 들어찬 승객들 사이에서 풍기기도 했던, 맡기 싫은 냄새도 없다.
하긴 버스에도, 창문으로 들어갔던 시절도 있었다.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버스에도 승객을 밀어 넣는 안내양이 있었던 때도 있었다. 그 시절 버스는 온갖 자동차들에 둘러싸여 언제 오는지, 언제 닿을지 알 수도 없었다.
버스가 달라졌다.
중앙차선을 쌩쌩 달릴 때는, 체증에 막혀 옴짝달싹 못하는 승용차의 운전자들이 부러워하며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정류소마다 도착 예정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이 달려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버스의 도착시간 등 운행정보를 알 수 있으니 더없이 편리하다.
여유롭게 앉아서 바라보는 차창 밖에는 사계절이 다 있다.
책을 읽다가 눈이 아프면 음악을 들어도 좋고, 이마저 싫어지면 지그시 눈을 감아도 된다. 때론 낮잠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불편하기가 그지없었고, 한 때는 지각의 주범인 양 취급을 받기도 했던 버스다.
그러나 문명의 발전과 문화의 변화에 힘입어 편리한 이동수단으로 변신한 시내버스는 이제 우리에게 즐거움은 물론 여유로움까지 안겨주고 있다.
퇴근길의 여유로운 버스 속에서, 나는 버스의 눈부신 변신에 격세지감마저 느꼈다. 그래서 ‘버스처럼 우리 세상살이도 세월이 흐르면, 지금보다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갖게 하는 버스를 즐겨 탄다. (2014.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