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 여행, 등산...

「걸어서 고향까지」를 마치고…

자갈 길. 2014. 10. 22. 10:16

 

일자

도보거리(km)

걸음수(보)

일일 경비(원)

10월 1일

39.8

55,221

55,000

10월 2일

37.8

52,202

46,000

10월 3일

40.6

55,294

53,000

10월 4일

39.3

52,399

50,000

10월 5일

31.2

43,185

56,500

10월 6일

40.0

55,175

33,300

10월 7일

41.3

58,225

53,500

10월 8일

38.9

50,733

55,000

10월 9일

37.0

60,796

86,000

10월 10일

30.3

43,700

0

376.2

526,930

488,300


 

[걸어서 고향까지] 도보여행을 마친지 열흘이 넘었다.

몇 해 전, TV에서 50대 장애인이 극한 마라톤에서 완주하는 걸 보면서 막연히 꿈꾸었던 '걸어가는 고향길'.

준비하던 중 무릎에 이상이 생겨 포기할 뻔했지만, 무릎치료와 다시 준비를 한 다음 정년퇴직 다음날부터 실행해서 완주하고 났더니, 지금은 내 자신이 무척 자랑스럽고 대견스럽다.

 

「걸어서 고향까지」도보여행을 준비할 때, 한 친구가 말했다.

"친구야, 차로 가면 반나절도 안 걸리는데, 뭐하러 걸어서 가냐? 힘들게…"

"··········"

나는 아무 대답도 못했다.

집사람은 내 무릎 이상을 걱정하며 처음부터 나의 도보여행을 반대했다.

두 딸도 올해엔 정년퇴직과 회갑을 기념해 가족 모두 해외여행을 가고, 도보여행은 다음에 하라고 졸랐다.

대구에 사는 누나와 여동생들까지 "지금 나이에 도보여행이 웬말이냐?" 펄쩍 뛰면서 해외여행을 권했다.

그러나, 나는 남은 인생 중 가장 젊은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하랴 싶었다.

 

2014년 9월 30일 우리은행을 정년퇴임한 나는 다음날인 10월 1일 새벽 6시에 집사람의 전송을 받으며 서울 양재동 집을 나섰다. 그리고 열흘 동안 376.2km의 길을, 526,930걸음을 걸어 10월 10일 오후 4시10분경 어머니와 집사람 등 가족들이 기다리는 경북 청도군 매전면 온막리의 고향집에 도착했다. 지출 비용은 50여 만원…

승용차로 6,7만원의 기름값으로 대여섯 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를, 열흘의 시간과 기름값 열 배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하고서야 도착한 고향길.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보다 바보스러운 일은 없다.

하지만,

수백 만원의 경비를 쓰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던데…,

 

그렇다면 고향길에서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열흘 동안 새벽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걸으면서….

할 일이라곤 걷는 것 밖에 없었으니, 아무 잡념이 없어 머리가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다.

한두 번의 전화통화를 빼고는 하루종일 열 마디도 하지 않았으니 마치 묵언수행을 하는 것 같았다.

지나간 과거, 닥치지 않은 미래보다는 오직 지금의 발자국에만 정신이 집중되었다.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고, 끝없는 걷기에서 인생을 볼 수 있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내 나라 땅이면서도, 넘지 못했던 이화령 고개를 걸어서 넘었다.

한번 가 보기는 커녕 지나쳐 보지도 못했던 땅을 걸을 수 있었다.

가족들을 보고파 하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내게 많은 격려와 용기를 주신 분들이 떠오를 땐 가슴이 뭉클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국도의 갓길을 걸을 때는

꼬불꼬불한 옛길과 농로를 실컷 걷는 여유를 갖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다음에는 속초에서 부산까지 동해안의 해안도로를 한번 걸어봐야지 하는 욕심도 생겼다.

4대강 자전거 길을 따라 걷는 것도 무척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막연히 생각했던 천리길의 고향길.

준비하는 동안 꾸준히 했던 운동은 내 몸을 한층 젊고 건강하게 만들었고,

거뜬한 완주는 정년퇴직과 회갑을 동시에 맞이한 내 마음까지 젊게 할 뿐 아니라,

무엇이든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복돋우고 있다. 

 

"친구야! 차로 가면 반나절도 안 걸리는데, 뭐하러 걸어서 가냐? 힘들게…"

이렇게 말하던 고향 친구를 만나면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먹어보지 않은 자가 어찌 맛을 알겠나?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이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