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한강의 자라

자갈 길. 2014. 8. 22. 22:17

2014. 8. 16.

황금연휴의 둘째날인 토요일.

교황님께서 시복미사를 집전하는 광화문 광장에는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인 날이다.

양재천을 거쳐 한강변을 걸었다.

성수대교까지 갔다가 돌아 오는 길.

청담대교 아래

작은 솥뚜껑만한 자라 한 마리가

물가에 나와있었다.

 

내가 어릴 때는 고향의 저수지에서 수면으로 솟아오르는

솥뚜껑만한 자라를 수시로 볼 수 있었고, 

낙동강 지류인 동창천의 얕은 강물에서는

아장아장 걷는 자라새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고향에서도 통 볼 수가 없었는데,

서울에서 보다니, 그것도 서울 한복판의 한강에서….

왜, 물가로 나와 있을까? 

일광욕을 즐기기엔 아직 이른 시간인데….

혹시 25년만에 교황님이 오셨다니 물 밖 세상이 보고파서 일까?

아니면 용왕께 드릴 간(肝)을 가지러 간 토끼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런데, 목을 쭉∼

길게 빼들고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는 모습이

내 눈에는, 꼭  멀어져간 사랑을 기다리는 듯

조금은 애잔해 보이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