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하늘
오늘도 잿빛이다.
벌써 일주일 째이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은 나은 듯 하다.
맑은 날이면 잡힐 듯 코 앞에 보이던 청계산도, 구룡산도
어제까지는 보이지도 않더니, 오늘은 지우다 만 낙서처럼 윤곽이나마….
이런 잿빛이었던 작년 봄에는 그나마 황사만 걱정하면 되었는데
올 들어서는 미세먼지 아니 초 미세먼지를 걱정해야 한다.
초 미세먼지는 일반 마스크는 무용지물이란다.
방 안에, 차 안에 들어 앉아있어도 피할 수 없단다.
그래서 일까?
주말이면 걷는 사람이 많은 양재천이 조용하고
늘 붐비기만 하던 공원 축구장도 텅텅 비어있다.
오늘 같이 따뜻한 날씨라면 은규를 안고 산책하고 싶은데….
내 어릴 때는 못 둑이나 강변 자갈 위에 드러누워
파란하늘에 떠다니는 뭉게구름을 쳐다보며 꿈을 키웠다.
흐르는 물이라면 다 마실 수 있었고
때로는 흙도 집어먹으면서 자랐는데….
그런데 지금은,
흙 아니 물은 물론이고,
공기조차 마음놓고 마실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 모두는 풍족한 삶을 누리고 싶었던 우리의 욕심.
더 편하고 싶었던 과욕이 자연을 해친 결과임이 틀림없다.
환경을 해쳐서 災害를 초래한 우리 기성세대들이야
이런 應報를 받는다 해도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무 죄없는 우리 손자 세대들이 산소통을 짊어지고
살아야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니 걱정에 앞서 미안하고 죄스럽다.
지금이라도 손자 세대의 안녕을 위해 무엇이든 할수 있으면 좋겠다.
좀 덜 풍족한 삶이 될지라도…
좀 덜 편리한 세상이 될지라도…
우리 손자들이
아무 걱정없이 물을 마시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내 어린 시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