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잿빛 하늘

자갈 길. 2014. 3. 1. 16:15

오늘도 잿빛이다.

벌써 일주일 째이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은 나은 듯 하다.

맑은 날이면 잡힐 듯 코 앞에 보이던 청계산도, 구룡산도

어제까지는 보이지도 않더니, 오늘은 지우다 만 낙서처럼 윤곽이나마….

이런 잿빛이었던 작년 봄에는 그나마 황사만 걱정하면 되었는데

올 들어서는 미세먼지 아니 초 미세먼지를 걱정해야 한다.

초 미세먼지는 일반 마스크는 무용지물이란다.

방 안에, 차 안에 들어 앉아있어도 피할 수 없단다.

그래서 일까? 

주말이면 걷는 사람이 많은 양재천이 조용하고

늘 붐비기만 하던 공원 축구장도 텅텅 비어있다.

오늘 같이 따뜻한 날씨라면 은규를 안고 산책하고 싶은데….

 

내 어릴 때는 못 둑이나 강변 자갈 위에 드러누워

파란하늘에 떠다니는 뭉게구름을 쳐다보며 꿈을 키웠다.

흐르는 물이라면 다 마실 수 있었고

때로는 흙도 집어먹으면서 자랐는데….

그런데 지금은,

아니 물은 물론이고,

공기조차 마음놓고 마실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 모두는 풍족한 삶을 누리고 싶었던 우리의 욕심.

더 편하고 싶었던 과욕이 자연을 해친 결과임이 틀림없다.

환경을 해쳐서 災害를 초래한 우리 기성세대들이야

이런 應報를 받는다 해도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무 죄없는 우리 손자 세대들이 산소통을 짊어지고

살아야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니 걱정에 앞서 미안하고 죄스럽다.

지금이라도 손자 세대의 안녕을 위해 무엇이든 할수 있으면 좋겠다.

좀 덜 풍족한 삶이 될지라도

좀 덜 편리한 세상이 될지라도

 

우리 손자들이

아무 걱정없이 물을 마시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내 어린 시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