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즐거움
2014.1.23. 여느 목요일과 다름없이
화구(畵具)를 넣은 커다란 가방을 둘러메고 출근했다.
옆자리의 동료가 나를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李 부장은 가방이 패션이네요"
매일 똑같은 옷을 입으면서 색소폰 가방, 수필공부 가방,
화구 가방 등 요일별로 바꿔 들고다니는 가방을 빗대어 하는 말 같았다.
업무를 보면서 틈틈이 열 자루가 넘는 연필을 심이 길쭉하게
나오도록 깎은 다음 퇴근해 심산문화센타로 향했다.
카페테리아 존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마침 창 옆에 빈자리가 하나 보여, 얼른 자리를 차지했다.
묵직한 도시락 주머니를 꺼내 펼쳤다.
찰밥에 나물 반찬.
전날 원준이 생일 때 먹었던 음식들과 같았다.
집사람이 찰밥은 김이랑 먹으면 맛있다더니
구운 김도 있고, 딸기 밀감 등 과일까지….
창밖으로 반포천의 겨울을 바라보며 혼자 먹는 도시락.
똑같은 반찬으로 집에서 먹을 때보다 맛이 더 좋다니…
원준이 생일상을 차릴 때는 사랑을 사위, 딸, 원준이 밥그릇에 고루고루
나누어 담고, 오늘은 사랑을 몽땅 내 도시락에만 담았나? 참 희한한 일이다.
문득 마누라가 해주는 밥을 먹는 횟수에 따른 우스갯 소리가 떠올랐다.
여자들은 집에서 한 끼도 먹지 않는 남편을 '영식님'이라 부르고
하루에 한 끼만 먹는 남편은 '일식씨'
하루에 두 끼 먹는 남편은 '이식아'
세 끼 먹는 남편은 '삼식쉐끼'
간식까지 먹는 남편은 '간나쉐끼'라 부른다던데,
그럼 도시락까지 들고다니는 나는….
누가 뭐라고 하든,
재미삼아 그림공부 다니는 남편인대도
맛난 도시락까지 싸주는 마누라가 있으니
나는 장가를 잘 간, 행복한 사람이다.
목요일은 사진과 똑같은 연필그림을 그리는 재미가 쏠쏠한 날이었는데
이제 집사람이 싸준 도시락을 먹는 즐거움까지 더해졌으니
한층 더 기다려지는 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