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양재천에서...

자갈 길. 2013. 4. 12. 00:42

 아침운동을 위해 내가 즐겨 찾고, 많은 서초 및 강남구민들의 운동공간이 된 양재천은  길따라 노란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개나리에 이어 벚나무에는 가지마다 꽃봉오리가 가득 맺혀 금방이라도 꽃봉오리를 터뜨릴 것 같더니 봄을 시샘하는 듯 며칠 동안 내린 눈발 섞인 비바람에 속살을 드러내기가 추운 모양이다. 이처럼 봄꽃은 만개일을 기다리지만 겨울을 지나면서 흙색으로 변해버린 갈대사이는 한창 연두색으로 치장을 하고, 차량통행이 금지된 보행로엔 포크레인, 덤프트럭 등 덩치 큰 차량들이 들락거린다.

 

  영동3교 부근 공사는 물놀이장을 철거하고 생태환경으로 복원하는 사업이란다. 수년 전 영동 3교와 4교 부근 두 곳에 큼직한 바윗돌을 여기 저기 넣어 인공호수를 만들고 여름철 동안 깨끗한 물을 채워 어린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는데, 가까운 곳에 시민의 숲 물놀이장과 양재천 실외 수영장이 있어 물놀이장을 이용하는 어린이가 그리 많지 않았던지 두 곳중 한 곳을 철거한단다. 물놀이장을 만드느라 적잖은 예산이 들어갔을테고 또한 철거하는데도 제법 많은 예산이 필요할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만든 어린이 편의시설이라 할지라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별로 없다면 해마다 여름철 내내 깨끗한 물을 채우고 관리하느라 예산을 낭비는 것 보다는 계획처럼 자연형 호안의 휴식공간으로 변경하는 게 올바른 행정이다. 그렇지만 당초 물놀이장을 만들 때 시민의 숲 물놀이장과 양재천 실외 수영장을 감안해 좀 더 신중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영동 4교 옆에는 꽤 넓은 무논이 있다. 겨울철에는 물을 꽁꽁 얼려 어린이 스케이트장으로 활용되다가 봄이 되면 개구리와 두꺼비의 알이 올챙이가 되고, 올챙이가 새끼 개구리로 자라서 양재천과 인근 산으로 돌아가는 부화장이 되었다가 개구리가 다 떠날 때 쯤이면 모내기를 하고 가을에는 허수아비 춤추는 황금들판이 되는 자연학습장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개구리와 두꺼비가 이동하고 있습니다. 보행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란 안내판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지만 무논과 야산 사이 보행로에는 사람에 밟힌, 자전거에 밟힌 개구리 사체들이 보였다. 며칠전 뉴스에서 여름이면 모기같은 해충들이 극성을 부리는데 그 이유가 개구리와 두꺼비의 개체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사라지는 원인은 도회지의 하천은 물론 농촌의 개량된 農水路 때문이란다. 돌을 쌓아 만들었던 옛날의 水路와 달리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요즘의 수로는 물흐름이 좋고 用地가 절약괴는 잇점이 있지만 쉴 곳이 되는 돌구멍을 잃은 물고기와 올챙이 시절의 무논을 떠나 습지로 가야하는 개구리에게는 치명적이란다. TV화면에도 나왔듯이 무논을 떠나 수로에 들어간 개구리들이 풀쩍풀쩍 뛰면서 건너려 애쓰지만 높고 수직인 수로를 끝내 뛰어 오르지 못하고 말라 죽고 만다. 이 처럼 살 곳을 찾아가다 밟혀 죽고, 말라 죽는 개구리들을 보호해야 건전한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수직의 수로를 완만하게 경사진 수로로 바꿔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 마침 지금 양재천의 공사도 개구리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공사인데. 보행로 밑에 원통의 구조물을 넣어 만들고 있다. 그리고 보행로 양쪽 도랑에는 조금은 가파를 것 같은 경사지만 미끄럽지 않게 홈이 파여진 시멘트 구조물을 설치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공사가 끝날텐데... 그때는 개구리들이 통로를 제대로 찾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아무튼 '개구리를 밟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없이 운동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사람과 개구리의 共生을 위한 공사가 좀 일찍 시작됐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에 또 다른 아쉬움도 남는다. 지금 아스팔트 포장을 걷어내고 개구리 통로를 매설한 후 다시 포장할 보행로는 지난 가을 인공석의 경계석을 자연석으로 교체하면서 시멘트 포장을 아스팔트로 새로히 포장공사를 했다. 해마다 봄이면 개구리의 위험한 이동에 주의를 당부한 만큼 그 때도 안전한 개구리 이동로의 필요성을 모르지 않았을테니 지난 가을의 포장공사와 같이 했다면 다시 뜯고 깔고하는 번거로움이 덜 하고 당연히 비용도 줄일 수 있을텐데...

  영동5교를 조금 지나면 양재천 양쪽 둔치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 공사가 한창이다. 작년 가을에 시작했으니 6월간 진행중인 셈인데 나는 이 다리가 왜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행과 자전거가 이동수단의 전부인 양재천에는 지금 다리를 신설하는 곳에서 1.5km 정도 떨어져 자전거로 1,2분이면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아래쪽과 위쪽에 있다. 그리고 보행자들도 이곳에서 건너고 싶다면 불과 3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반듯하게 잘놓여진 자연석 징금다리로 건너면 된다. 비록 짧은 교량이지만 철구조물에 콘크리트를 씌워 만들려면 적잖은 예산이 필요해할텐데...

 

  오늘 아침도 공사장을 지나치면서 낭비되는 예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국가 부채가 거의 일천조를 위협하고, 복지에 대한 수요는 한 없이 늘어나는 반면 복지예산은 턱없이 부족해 진퇴양난에 빠진지 오래인데, 위정자가 치적을 쌓기 위해 전시행정 또는 불요불급한 사업에 낭비되는 예산이 적지않다. 돈 먹는 하마가 돼버린 용인 경전철 같은 대형 사업뿐 아니라 전국에서 수 없이 반복되는 불요불급한 사업에 낭비되는 예산을 지키지 못 한다면 필연적으로 국민들의 세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지만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다면, 낭비되지 않고 절약된 예산이 극빈층의 재활사업과 다급한 계층의 복지예산으로 쓰여진다면 지금의 우리는 물론 훗날 우리 아들, 손자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고도  훨씬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 물놀이장 철거공사 ----------------- 

 

 

 

--------------- 개구리 이동통로 공사 --------------

 

(보행로 밑의 이동통로 입구)

 

 

--------------- 둔치 횡단 다리공사 ----------------

 

(신설 다리 옆 징금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