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봄비 맞으며...

자갈 길. 2013. 4. 6. 22:09

  오늘의 일기예보는 전국에 '폭탄 저기압'이란다.

태풍급 비바람이 불고 예상강우량이 중부는 최고 50mm, 남부지방은 80mm이란다. 강원도 산간지방에는 식목일이 지난 봄 날씨임에도 15cm나 되는 많은 눈이 내릴거라며... 태풍급의 비바람 예고된 날씨에 집사람은 오늘 아침일찍 동창들과 1박2일의 부산여행을 떠나고 원준이는 어제의 寒食을 기려 아빠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작은 할아버지를 모시고 성묘간 전북 정읍에 있다는 아빠의 윗대 할아버지 산소에 따라갔단. 어제밤 뽀미도 보라가 데려갔으니 완전히 나 혼자만의 토요일이다. 오늘처럼 이렇게 온전히 혼자있기는 무척 오랜만의 일이다. 

 

  오랜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싶다. 예보와 달리 조용 조용 내리는 봄비속의 Running도 괜찮을 것 같아 준비해 밖에 나갔더니 살갖에 닿는 봄비의 촉감은 생각보다 차갑다. 괜스레 호기부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걱정하는데 동진이로부터 카톡이 들어왔다. 자고 있는 원준이를 태워 부모님과 함께 6시에 출발해 정읍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고 있다며, 원준이도 차 안에서 할머니에 안겨 잘 자고 일어나 같이 아침을 먹고 있단다. 아침 running을 접고 대신 세라 가게에서 한시간동안 색소폰을 연습했는데도 오전시간이 많이 남았다.

 

  바로 이웃에 보라가 있고, 세라도 있지만 오늘은 혼자서 점심을 해결하고는 곧장 헬스장으로 가서 아침에 달리지 못했던 거리를 런닝머신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달렸다. 한결 개운해진 몸으로 나선 헬스장의 바깥에는 보슬보슬 봄비가 여전히 조용 조용 내리고 있고 공원내 인조잔디 축구장에는 조기축구회원들이 비를 맞으며 한창 축구경기를 한창 하고 있고, 공원내 갓 피어나기 시작한 목련은 이슬비에 하나 둘 떨어져 있다. 막 활짝 핀 개나리는 더 많이 떨어졌고 紅梅를 닮은 이름모를 빨간 겹꽃은 약한 빗줄기에도 꽃잎되어 흩어졌다. 아직 폭탄 저기압은 시작도 안했는데... 131번으로 일기예보를 확인해 본다. 폭탄 저기압이 예상된다는 특보는 어느듯 없어졌고 예상 강수량도 5∼10mm로 많이 줄었다. 거센 바람도 없는 듯 하다. 참 다행이다. 당초의 예상대로 태풍급의 비바람이 몰아친다면 다 피어난 개나리 산수유꽃등 물론 아직 활짝 피기만을 기다리며 꽉찬 봉오리를 맺은 벚꽃, 살구꽃까지 다 떨어져 꽃없는 봄을 맞아야 할지 모르는데...

   

  모처럼 즐기는 나만의 시간, 낮잠을 즐기고 일어나 인터넷 뉴스를 보고 TV를 켠다. 요즘 TV뉴스는 북한소식이 머리를 장식한다. 오늘은 북한이 평양주재 외국공관에게 철수를 권고했고, 4월 10일 이후에는 철수하지 않은 외국공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는게 주요뉴스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하고 서울과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협박에 이어 마침내 개성공단 출입을 금지하더니 중장거리 미사일을 동해로 옮겼다는 뉴스와 외국공관 철수권고 뉴스가 나오면서 지금까지 끄떡없던 우리 주식시장도 이틀연속 크게 떨어졌다. 북한의 조종사였던 이웅평씨가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1983년 그 무렵에는 북한에서 어떤 모션만 취해도 곧 전쟁이 일어나는 줄 알고 많은 사람들이 생필품을 매점매석하느라 난리였고, 뉴스를 보면 지금도 외국에서는 남북한의 관계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보고 있단다. 전쟁이 일어나면 자국민 철수계획까지 마련해 둘 만큼.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일어나지 않은 전쟁에 너무 겁을 먹고, 생필품을 사 모으고, 피난갈 준비하면서 사회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것도 우습지만 설마 설마하면서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게 지내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하긴 현대전에서 어딜 가면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냐 마는... 그렇지만 혹시 이처럼 지나치게 무덤덤하게 지내는 남한사람들의 행태가 어린 김정은을 더 화나게 하는 건 아닐까? 진퇴양난의 덫에 갇힌 김정은이 갖은 공갈 협박이 통하지 않으니 자기 분을 참지 못해 미친짓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만약 남북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경제력이 국력인 현대전에서 미국의 도움까지 받으면 결국은 우리가 이기고, 북한이 초토화되겠지만 우리의 경제적인 피해와 세찬 비바람에 피지 못하고 떨어지는 꽃봉오리처럼 피지 못하고 지는 우리 젊은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승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북한의 수 많은 미사일중 단 한발만이라도 서울 도심에 떨어진다면 전쟁의 승리와 관계없이 우리 피해 또한 얼마나 엄청날까?  만약 그 한방이 우리가족에게 떨어진다면 전쟁에서 우리가 이긴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면 안되는데... 우리나라도 여기서 물러날 수 없으니 진퇴양난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는 금방 한번 붙자는 식으로 북한을 너무 자극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38선 철책을 따라 하늘 높이 방탄벽이라 칠 수 있으면 좋겠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북한에서 날아오는 미사일 폭탄들을 모두 막을 수 있는 벽을...  

오늘 폭탄 저기압으로 태풍급 비바람이 몰아칠 줄 알았던 하늘의 상황이 변하여 대지를 촉촉히 적셔 가뭄을 해소하는 고마운 봄비가 되었 듯,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남북간의 지금 상황이 점차 진정되어지금 진행되는 짓이 얼마나 반민족적 행위인지 깨닫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